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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의 끄적임 Sep 22. 2021

가스라이팅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기사에서 연인 간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정신적 피폐함의 피해, 이별 등에 대한 사례를 수도 없이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가스라이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라고 한다. 얼마 전에 본 한 유튜브 컨텐츠에서는 정신과 전문의가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그 본래 의미보다 더 확장되어서 쓰이고 있는 현대의 쓰임새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아무렴 어떤가. 언어와 개념은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맞추어서 끊임없이 변형해 갈 수 있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스라이팅은 보통 연인 간의 갑-을 관계 형성 이후에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위계 유지를 목적으로,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상대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고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가스라이팅이 비단 연인간에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족 및 친구 사이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직장 내에서도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자행되기 쉽다. 어찌 됐던 모든 가스라이팅에 있어서 공통적인 부분은 '위계가 높은 사람'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너는 잘못했어'라는 개념의 주입이다.

현재 상황에서 너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잘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말하는 내가 옳기 때문에 너는 반드시 나의 말을 따라서 이런 잘못된 것들을 고쳐야 해

이러한 가스라이팅은 '위계가 높은 사람'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자는 실제로 이러한 말들에 대해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가해자의 권력에 의해서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입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성적 사고를 막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대처 없이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에 노출되게 되면 피해자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 치료까지 필요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도 아니고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본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가스라이팅을 경험해보았고  가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이며,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스라이팅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 몇 가지를 제안하려고 한다.


그 사람의 말은 100% 옳지 않다

그 사람은 당신의 잘못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언뜻 듣기에는(그리고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와 합쳐져서) 모두 옳은 말로 들리며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말은 '주장'일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고, 하물며 그 입장을 설파하는 사람의 인성이 수준 이하라고 한다면 잘못된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당신에게 그저 던져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적절하게 '필터링'해서 받아들여야 나의 정신건강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받아들일 만한 사실이라면 수용하여서 개선하면 되지만, 보통은 10개의 지적사항 중 2~3개만 사실일 것이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아닌 것들은 단호하게 무시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만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예의 없는 사람과의 관계 끊기

해외의 저명한 셀럽들은 대학교 졸업 축사를 많이들 하는 모양이다. 로버트 드 니로, 덴젤 워싱턴, 코난 오브라이언 등이 축사를 하는 유튜브 영상을 당신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Always be kind to everyone."(항상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세요) 나는 사실 이 말에 대해서 의구점이 많았다. 착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인가? 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착한 사람은 요즘 시대에는 호구로 취급받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보니(비록 긴 기간은 아니지만), 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메시지는 바보같이 착해지라는 말이 아니라 '예의'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무조건 남들에게 착할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모든 관계를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신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예의가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예의 없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열에 아홉은 가스라이팅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못된 케이스가 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예의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단호하게 끊어내자. 그리고 불가피하게 끊어낼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본심을 절대로 드러내지 마시길 권고드린다. 예의 없는 사람에게 드러내는 진심은, 좋은 가스라이팅 소재일 뿐이니까.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통로 확보하기

가스라이팅에 노출된 사람들은 심한 경우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한다. 심지어 바로 위에서 소개한 케이스처럼 불가피하게 그 관계를 끊어낼 수 없는 관계일 경우에는 가스라이팅 피해로 인한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계속 속으로 병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제나 당신의 편인 사람은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지극히 정상적이고 예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 귀 기울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라. 뒤에서 신나게 욕을 하고 상황설명을 하며 당신의 편인 사람들에게 '일러라'. 의외로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으며, 정말 운이 좋다면 직접적인 해결책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뒷담화는 무조건 안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 뒷담화가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생존에 직결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글이 가스라이팅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온 세상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아마 정신과 전문의들의 일거리는 절반 이하로 줄지 않을까? 당신의 생활반경에 존재하는 모든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산지석'이라는 사자성어를 꼭 기억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당신이 어떤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올라서는 경우에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있게 대하며, 가스라이팅을 무의식적으로라도 가해하는 사람은 되지 않길 간곡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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