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두려운 마음에 친구를 안았다.
친구에게 라고 해두자.
어느 겨울 나는 내 친구의 가장 기쁜 날을 축하해주러 먼 길을 떠났다. 사실 내게 있어서 그날은 가장 모질고 못된 욕을 먹고서 마침내 버려진 날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걸까. 나는 그것이 익숙했다. 익숙한 슬픔.
시간에 쫓기며 퉁퉁부은 눈을 겨우 말리고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했다. 친구에게 보일 거짓 웃음을 몇 번 연습했다. 그렇게 버스에 올랐고 몇 시간을 달려 친구를 보러 가는 내 마음은 처음과 같이 기쁨으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창에 기댄 나는 아침과 같이 여전히 울고 있었다.
이럴 때는 꼭 버스 창가로 비치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희미한데도 그것만 잘 보인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웃자. 웃자.
그것이 어찌나 싫던지 곧 그만뒀다. 그러고는 최대한 멀리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종이에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끄적였다.
에잇 정말 못 그리네.
다른 친구가 나중에 그 그림을 찢어서 자기 달라고 했다.
웃으면서 말했다. 가져서 뭐할 건데?
(이 못난 그림은 내가 가장 슬플 때 그린 거란 말이야.)
언덕을 넘어 친구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게 달려오던 친구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다.
그녀를 안을 수 있을까?
거짓과 미워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내가 과연.
덜컥 두려운 마음에 친구를 안았다.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연극이 시작하고, 연극이 끝나고.
친구를 축하해주려고 온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친구를 기다릴 때 나는 그 줄을 헤치고 나가 아무도 없는 내리막길에서 서서 택시를 잡았다.
내가 말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어 그래. 나 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나는 바삐 움직여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