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식 노래 아닙니다.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크리틱 B상과 KBS독립영화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 필자는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이 작품을 접했는데, 당시 박송열 감독님과 원향라 배우님의 GV에도 참여하여 영화를 좀 더 생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감독 : 박송열
배우 : 박송열, 원향라
1. 줄거리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젊은 부부인 영태(박송열)와 정희(원향라)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둘 다 백방으로 직업을 찾고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에 남편인 영태는 아는 형(명수)에게 빌려준 카메라를 떼어 먹힐 위기에 처하고, 아내인 정희는 가계를 챙기려 사채를 빌려 썼다가 궁지에 몰린다.
2. 제목의 의미
제목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궁금했을 것 같다.
GV에서 역시 제목이 어떤 뜻인지 물어보는 관객이 있었는데 가난이라는 소재를 다루니,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덥고 겨울에는 난방을 틀 여유가 없어서 춥나? 라는 하찮은 생각을 해봤다.
박송열 감독은 제목을 구어체처럼 풀어서 얘기하셨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약간 칭얼대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들의 상황이라고 설명하셨다.
3. 나대지 않아서 좋다.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그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영태와 정희의 감정표현은 절제되었지만 그로부터 오는 재미가 있다.
가난으로부터 오는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 인상적인 몇 씬이 있었다.
카메라를 빌려준 것에 대해 영태가 뭐라고 변명하던 정희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머리를 싸매고 가만히 있는 씬 (정희의 굉장히 매력적인 첫 등장이다.)
곤란한 상황을 마주한 영태가 부엌의 짧은 거리를 수없이 왕복하는 씬 등
그래서 그런가 이 짠내 나는 부부에 대해 연민이라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블랙코미디 요소들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가난에 대해 나대지 않아서 좋았다.
4. 주목할만한 점
1) 극 중 부부로 나오는 두 배우는 실제로 부부이다.
울산국제영화제 GV에서 박송열 감독님께서 실제로 부부라고 말하자 많은 분들이 놀라면서 신기해했다.
실제로 두 분은 영화 속 캐릭터와 성격이 유사해 보였다.
2) 제작비가 천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러닝타임이 90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예산으로 영화가 제작된 점이 놀랍다.
3) 영화 스탭은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배우 단 둘 뿐이었다고 한다.
5.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
영태와 정희는 가난으로부터 오는 경제적 괴로움보다 심리적 괴로움으로 인해 더 고통스러워한다.
금적적인 요소는 돈을 벌고 사채를 쓰고 또 갚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오는 인간과의 갈등에 대해 그들은 깊게 고민하고 또는 괴로워한다.
정희는 미선과의 갈등에서 돈이 먼저가 아니었다.
영태 역시 명수와의 갈등에서 명수의 완전한 잘못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태의 마음은 다시 약해진다.
"사채는 구원받을 수 없어." 라던 영태의 대사와는 모순적이게도 사채는 정희의 어머니로부터 구원받지만 인간과의 갈등으로부터 오는 고민을 구원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