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 2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섣불리 결정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해외여행을 다녀오시는 분들도 제법 많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유빙’이라는 카페에서도 보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서 어렵게라도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 여행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라도 도전해 볼만 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직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는지 방법이 다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을 가겠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장시간 영업장을 쉬고 여행을 할 경우,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직장인들은 긴 시간 휴가를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휴직을 하더라도 복직 후에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40대가 되면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고,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했다. 물론 나는 내 인생에 책임을 질 정도로 아주 잘 살아오지는 못했다. 항상 순위에 밀려서 일등의 자리는 가보지도 못하였기에 이제는 내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볼 때가 된 것 같아 한동안의 쉼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퇴직을 결정했다.
여기에서 퇴직 사유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목메어가며 매달렸던 직장생활이 여행보다 더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다녀와 보니 그렇다는 거다. 퇴직을 결정할 때는 솔직히 미래가 두렵고 걱정이 악몽이 되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퇴직하고 여행을 다녀온 경험자로서 조언하자면 여행은 지금 당신이 목메어있는 그 어떤 것보다 당신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여행을 통해서 뭔가를 얻고자 목표하는 바가 있었을 때 이야기다. 그저 놀러만 가는 여행이라면 여행 이후 당신에게는 빚과 불확실한 미래만 남을 수도 있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 나는 내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절대 세상은 나를 위해서 바뀌지 않는다. 내가 세상을 바로 바라보고 내가 변해야 내가 세상을 주도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세상을 주도하는 삶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남들이 보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에도 내가 세상에 휩쓸리거나 끌려가지 않고 내 의지로 세상을 이기며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지금 퇴사를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퇴사까지 고려해 볼 정도로 여행은 의미가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서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우물에서 단순히 뛰쳐나왔고, 우물 밖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결정했다.
아이들은 어떨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불쌍하다. 경쟁사회에서 지지 않으려고 스팩을 만들고 학원 다니며 하늘 한번 올려다볼 시간 없이 공부한다. 친구들과 학교생활의 낭만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공부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전문 양성소라고 불리워도 될 만큼 취업준비가 거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대학에 들어간다. 그나마도 상위권 대학이 아니면 미래가 보장되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기를 바라는가?
나는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이들에게 꿈이란 무엇인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하나님이 만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만한 곳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학교에서 하는 공부보다 아이들에게 훨씬 소중한 체험학습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물론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다 필요 없는 공부라는 것이 아니다. 그 경쟁 속에서 내가 뭘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모르는 대다수의 학생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아플 뿐이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를 왜 다니는지도 모르고 그저 공부하라고 하니깐 엄마한테 짜증이나 내는 사춘기 소녀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다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꿈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세상이 넓다는 것. 그곳에서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왔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아이들과 미래를 기대하는 아이들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내 아이들은 이제는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간다. 물론 여행을 다녀온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잠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예전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은 경험을 해봤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큰아이는 고등학생이라서 휴학이 안 된단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을 찾아뵈었더니 세계여행을 위해서 한 학년을 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결정인데 대단하다며 응원을 해주신다. 대신 휴학은 안 되고 자퇴를 하라는 것이다. 자퇴하면 복학은 되나요? 물론 간단한 서류작성으로 복학이 되었다.
물론 한 살 어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에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행 중에 나이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과 내가 무엇을 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한 살 어린 친구들과 잘 지내면 되죠. 제가 그 아이들보다 더 잘난 것도 없는데 한 살 많다고 대접받으려고 하면 안 되죠. 외국에서는 같은 학년이어도 나이는 같지 않은 경우가 흔한데 다들 잘 지내자나요. 전 별로 상관하지 않고 지낼 자신 있어요.”
둘째 아이는 중학생이다. 중학생도 휴학이 안 된단다. 그럼 자퇴는? 그것도 안 된단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무조건 학교에 다녀야 한다. 하지만 수업일수를 못 채우면 유예처리 되어 같은 학년을 한 번 더 다녀야 한다. 내가 생각할 때는 휴학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행정적으로는 그렇게 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여행을 출발하기 일주일 전까지 학교를 다녔다. 물론 여행 때문에 이미 마음은 멀리 떠나있었던지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둘째 아이도 꿈이 생겼다. 그리고 전보다는 자신감이 훨씬 좋아졌다. 그전에는 기가 죽어서 움츠리던 아이가 이제는 당당하게 자기표현도 할 줄 안다. 여행을 통해서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빠로서 어떤 비싼 학원과 좋은 과외를 붙여주는 것보다 정말 좋은 기회를 준 것이라는 뿌듯함이 생겼다. 아이들도 생각날 때마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바뀐 모습과 바뀐 시각에 자신들도 가끔 깜짝깜짝 놀랜다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회사를 퇴직한 것은 불안함과 미래에 대한 무책임한 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일 년을 투자하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자신 있게 추천한다. 어린 나이에 여행을 통해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사춘기를 지내며 자기 정체성에 대해 한 참 고민할 나이의 청소년에게 여행이 주는 선물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추천한다. 사춘기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라.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