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8_이탈리아 1
♡ 알프스 돌로미티 숙소
구불구불한 길이 이거 졸릴만한 길이 아니다. 스위스의 알프스산맥 속에 숨어있던 숙소를 찾아 올라가던 길은 비교도 안 된다. 이 길이 훨씬 길고 가파른 길이다. 운전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자동차 유리 너머에 보이는 세상은 신기하고 멋지다. 운전하는 중에도 놓치기 아쉬운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보기는 했지만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곤 한다.
이번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코르티나 담페초를 지나가는데 이곳이 유명한 이유를 알만하다. 왜 돌로미티가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지 알 것 같다. 구름 위에 펼쳐진 푸른 초원은 에덴동산을 연상케 하고 이를 둘러싼 기암괴석의 산들은 마치 신들이 지내고 있을법한 곳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웅장하면서도 신비한 광경들. 정말 잊을 수가 없는 귀한 풍경이다.
경치에 취해서 정신없이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이곳 숙소도 그림 그 자체다. 영화에서나 봐왔던 그런 집이다. 창문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산들과 그 바위 사이에 우거진 숲. 숙소는 그 숲속에 자리 잡고 있는 별장이다. 기가 막혔다. 아내와 아이들은 그냥 이 숙소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후회할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숙소 선택을 한 번씩 성공하면 뿌듯함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밤이 되니 깊은 산속에서만 볼 수 있는 별천지가 펼쳐진다. 마치 과학관에서 천체관람 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어디에 가서도 이렇게 많은 별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기회를 주심에 감사해하며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밤이다.
♡ 산 위에서 빙하를 만나다
페다이아 호수. 호수의 물은 산꼭대기의 빙하가 녹은 물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물빛이 다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파란색이다.
호수 주변을 거닐 다 보니 산 위로 올라가는 곤돌라가 있다. 2인용 곤돌라인데 서서 타는 곤돌라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타서보니 짜릿짜릿한 게 제법 무섭다. 조그마한 바구니에 사람 둘 넣어놓고 건들건들 바위산을 올라가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저려온다. 아내는 이런 남편이 웃긴다며 장난을 해 오는데 정말 얄밉다.
주변에 있는 산들 중에서 제일 높은 산이 3,430m의 마르몰라다 산이다. 정상 바로 밑에서 바라본 마르몰라다 산은 빙하를 품고 있어서 더 신기하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인지 호흡도 힘들고 어지러움 증상도 있어서 오랫동안 머무르지는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두 번째로 방문한 호수는 미수리나 호수다. 미수리나 호수는 돌로미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라면 제일먼저 가보는 곳이라고 한다. 멋졌다. 호수주변을 산책하고 나니 벌써 4시 반이다. 산속의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기에 어두워져서 위험해지기 전에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저녁식사는 아이들이 직접 카레를 만들어 준단다. 아이들이 만들어주는 저녁을 기다리다 살짝 잠이 들었는데, 저녁 11시 쯤 되어서야 카레가 완성이 됐다고 자는 나를 깨운다. 그래도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카레이니 맛은 봐야지 싶어서 한입 먹어보는데 제법 맛이 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흐뭇한 아빠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행복한 저녁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