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스트라스부르
나는 참 게으른 사람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이렇게 일기를 쓴다. 콜마르에서 하룻밤, 스트라스부르에서 3박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정말 멋진 도시였다. 트램만 타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고, 거리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풍경이 펼쳐지니… 괜히 이런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건, 평소엔 10원이면 살 수 있는 음식이나 물건을 연말 분위기에 취해 15원, 20원씩 기꺼이 내고 웃으며 사게 만드는, 일종의 집단적 광기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람 구경하는 재미는 정말 최고였고, 눈은 그야말로 호강했다. 아마 유럽을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또 이런 연말을 여기서 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분위기도 가족이랑 같이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나 혼자였더라면… 심각하게 메마른 내 감성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소비였을 테고, 아마 내내 이런 생각만 했겠지.
“대체 왜 아무 의미도 없이 저렇게 복작복작한 데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지?”
그랬다면 오늘처럼 웃으면서 구경하긴 쉽지 않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