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냥이가 가족이 되기까지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발을 더듬는다. 내 발치 어딘가에서 자고 있을 고양이 가족 쪼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렇게 내가 눈을 뜨고 쪼꼬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꾸물거리고 있으면 내가 일어난 걸 눈치채고 쪼꼬가 먼저 다가온다. 언제나 한 발 앞서는 쪼꼬의 행동이 기특해서 종종 장난을 친다. 뒤척이는 척을 하며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깨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먼저 깨우는 일이 잘 없다. 보채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다. 문득, 쪼꼬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궁금해졌다.
2년 전 우리 집 마당에 처음 나타난 쪼꼬는 동네분이 옆집 주인아저씨 댁 쥐를 잡으라고 데려다 놓은 아이였다. 평소에도 고양이를 좋아했던 나는 우리 집 마당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마당에는 주인아저씨가 키우는 개 두 마리가 풀어져 있어서 동네 고양이들도 섣불리 찾아오지 못하는 곳이었기에 쪼꼬의 존재는 우리에게 큰 이슈가 되었다.
아직 한 살이나 되었을까? 캣초딩은 벗어나 성인이 되어가고 있던 쪼꼬는 제법 용감했는데 나를 처음 만난 날, 현관문이 열린 틈을 이용해 우리 집으로 성큼 들어와 버렸다. 말릴 새도 없이 들어온 쪼꼬를 위해 물을 주고 먹을 것을 주었더니 자리를 잡고 눕는다. 고양이는 예쁘지만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요 맹랑한 녀석을 마당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까만색 젤리가 콕콕 박혀있는 게 초코칩 쿠키를 떠올리게 했고, 쪼꼬라고 이름을 부르며 물과 사료, 고양이 참치를 챙겨줬다. 고양이만 보면 달려드는 옆집 개 겨울이를 피해 가며 차고와 산을 오가며 살던 쪼꼬는 밥을 주려고 "쪼꼬야~"하고 부르면 산에 있더라도 쪼르르 달려 내려왔다.
그렇게 마당냥이로 생활 한 시간이 10개월. 그 사이 두 번의 출산을 했다. 첫 번째 두 마리의 아가는 고구마와 감자라고 이름 지어줬는데 차고에서 살며 잘 커서 명랑한 캣초딩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건강했던 고구마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고구마가 떠난 지 오래되지 않았을 때 쪼꼬는 두 번째 출산을 했다. 새끼들이 삑삑 우는 소시를 듣고 차고 주변을 감시하던 겨울이를 피해 새끼 두 마리와 감자를 데리고 집을 나갔던 쪼꼬는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
출장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즈음에 유난히 비가 잦았다. 쪼꼬가 밥을 먹던 자리에 밥을 채워두며 쪼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마당을 서성이며 쪼꼬를 부르고 있자니 어디선가 대답을 하는데 나타나질 않는다. 집 주변을 돌며 찾아보니 차고에서 조금 떨어진 창고 지붕에 멍하니 앉아 있던 쪼꼬. 새끼들도 감자도 보이질 않고 혼자였다.
새끼들을 데려올까 싶어 며칠을 기다리며 밥을 챙겨줬지만 늘 혼자 나타나는 쪼꼬. 그러던 어느 날 마당에 있는 나를 보고 다가오는 쪼꼬 소리를 듣고 겨울이가 달려들었다. 늘 경계를 하고 있던 쪼꼬는 겨울이를 피해 높은 나무로 올라갔는데 겨울이를 집으로 돌려보내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내려오질 않는다. 나무 꼭대기에서 매달려 겁에 질린 쪼꼬를 보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애원하고 부탁하기를 반복하다 드디어 나무에서 내려온 쪼꼬. 아직도 집으로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 싶어 집 쪽으로 유인을 하니 기다렸다는 듯 따라온다. 집안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소파에 앉은 내 옆에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쪼꼬는 그 뒤로 나의 고양이 가족이 되었다.
한번 반대가 있었기에 주인댁에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다시 허락을 구하는 게 참 어려웠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허락을 해주셨다. 고양이를 집에서 키운다는 것에 대해 결사반대를 하시던 엄마도 10개월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쪼꼬의 사정을 보고 결국 허락을 하셨고, 지금은 쪼꼬의 츄르 담당 할미가 되어 츄르가 떨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신다.
그렇게 쪼꼬와 고양이 가족이 된지도 1년이 넘었고, 쪼꼬를 처음 만나고 2년이 지났다. 마당냥이 시절엔 내가 부르면 산에서도 야옹 거리며 달려올 정도로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쪼꼬는 굉장히 과묵해서 목소리를 듣는 것도 쉽지 않다. 뭐든 주면 잘 먹었던 것 같은데 입맛이 까다로워서 닭가슴살은 잘 먹질 않는다.
츄르 취향도 확고해서 늘 먹던 츄르만 먹길 원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쪼꼬를 보며 주인 닮아서 그런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동감을 하게 되었다. 참 까다로운 고양이지만 참 착한 고양이여서 벽을 긁거나 문을 긁는 일도 없고, 엉뚱한 말썽을 부리는 일도 잘 없다. 언니가 잘 때 같이 잠을 자고 같이 일어나는 편이어서 새벽에 우다다를 해서 깨는 일도 거의 없다.
나도 이제는 쪼꼬의 놀이 취향을 파악했고,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를 대충 알게 되어서 더없이 좋은 친구이자 가족으로 매일 살 붙이고 살아가고 있다. 나의 하루는 쪼꼬로 시작해 쪼꼬로 끝이 난다. 눈을 뜨면 다가와 꾹꾹이를 해주고, 잠들기 전에 꾹꾹이를 해준다. 쪼꼬의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시작되는 일상. 오늘 밤도 내 곁에는 고양이 가족이 있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