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과 양말을 두고 씨름할 줄이야!

엄마와 치매와 함께 12

by 길 위에서

엄마는 원래 사탕을 별로 즐기지 않았다. 선물로 받은 사탕도 안 먹겠다고 해서 내가 몽땅 아파트 노인정에 갖다 드렸다. 그러던 엄마가 사탕 타령을 시작했다. 처음엔 원하는 대로 간식으로 사다 드렸다.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간병인에게 맡기고 하루에 몇 개씩 드리려고 했으나 그런 조절은 통하지 않았다. 엄마는 사사건건 사탕을 요구했다. 인지치료 프로그램에 갈 때도, 단체 프로그램이 있어 중앙 홀로 나갈 때도 사탕을 안 주면 안 가겠다고 버텼다. 어느새 사탕은 엄마가 제일 집착하는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점점 밥을 안 먹으려고 해서 걱정스러웠다. 내 걱정을 들은 선배가 말했다. “그렇게 사탕을 많이 먹는데 밥맛이 있겠어?” 맞았다! 그때부터 너무 티 나지 않게 사탕을 줄이려고 온갖 애를 써야 했다.


사탕 외에도 심하게 집착하는 게 하나 더 있었으니 그건 양말이었다. 발이 시리다고 양말을 세 겹이나 껴 신기도 했다. 겨울이어서 사다 드린 빨간 털 슬리퍼를 엄마는 신고 이불 아래로 들어갔고 빨지도 못하게 했으며 심지어 물병을 털 슬리퍼에 꽂아 세워 두기도 했다. 보온병 대신이었을까? 신발을 만졌던 손으로 사탕도 입에 넣었다 뺐지만 나는 옆에서 말리지 못했다. 엄마는 옷도 자꾸 껴입기만 하고 벗지는 않으려고 했다. 입고 있는 패딩 조끼를 세탁하려고 하면 싸움이 벌어졌다. 깔끔했던 엄마가 지저분한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갈아입히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날이 늘었다.


하루는 엄마한테 수육을 좀 갖다 드렸다. 수육이 식지 않게 그릇을 수건으로 싸서 가져갔다. 수건과 빈 그릇을 분명히 챙겨 넣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가방 안에 수건은 없었다. 다음날 병원에 갔다가 수건을 발견했다. 엄마 이불 밑 발치에 있었다. 내가 병원비를 내러 간 사이에 엄마가 내 가방을 뒤져서 수건을 챙긴 모양이었다. 필요하다 싶은 것은 용케 잘 찾아내시는구나! 혼자 웃었다.


2014년 3월 12일

이모가 오셨다. 엄마를 보러 병원에 함께 갔다. 다행히도 지난번에 못 알아봤던 이모를 이번엔 알아보셨다. 엄마가 음식을 먹다가 자꾸 뱉자 이모는 “언니, 왜 자꾸 애기 짓을 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엄마는 발이 시리다고 양말에 더 심하게 집착했다. 이미 작은 담요 하나를 발 밑에 두고 있는데도 더 두꺼운 걸 가져오라고 했다. 발치에 담요를 쌓아 두게 할 수 없어서 나는 깜빡 잊었다고 거짓말했다. 엄마는 딸이 관심이 없다고, 그걸 어떻게 잊고 오느냐고, 당장 가져오라고 내내 불평했다.

엄마는 목욕용 물비누를 발에 바른 탓에 습진까지 생긴 상태였다. 간병인은 발을 씻기기는커녕 몇 겹 껴 신은 양말을 벗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내가 겨우 겨우 엄마를 달래서 발을 씻기고 약을 바를 때까지 완전히 마르도록 양말을 못 신게 막았다.

세 시간을 씨름하고 돌아오니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멍했다.

(일기 중에서)


2014년 3월 16일

나흘 만에 엄마를 보러 갔다. 속이 상해서 사흘을 건너뛰었다. 엄마는 점심을 먹다가 나를 반갑게 맞았다. 많이 보고 싶었다는 말까지 했다. 그 말이 낯설어 어리둥절했다. 며칠 만에 온 걸 알고 그랬을까? 바로 전날 내가 다녀간 것도 기억 못 하셨는데 말이다. 오늘은 억지도 누그러진 분위기였다. 간병인은 엄마가 오늘 말도 잘 따라 주시고 조끼도 갈아입었다고 했다.

(일기 중에서)


사탕과 양말을 두고 엄마와 씨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시간도 영원하지 않았다. 결국 지나간다는 엄연한 사실을 이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 07화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험한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