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

엄마와 치매와 함께 17

by 길 위에서

해가 바뀐 날, 엄마는 밥을 앞에 두고 기도를 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엄마 기도하네.” 내 말을 듣고 장 선생님이 말했다. “어머니 늘 기도하세요. 절 위해서도 기도해 주셨어요.”


식사가 다 끝난 뒤 나는 엄마한테 기도해 달라고 했다. 엄마는 눈 감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시작하려고 하다가 눈을 다시 뜨고 내 이름을 물었다. 엄마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살짝 실망스러웠으나 알려 드렸다. 엄마는 다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주님, 우리 딸 현주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지켜 주소서.” 하는 일 다 이룰 수 있게 도와 달라고도 덧붙였다. 기도하는 표정이 밝았다. 엄마의 기도는 감동적인 새해 선물이었다.

기분 좋은 기도만 하시는 건 아니었다. 빨리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도 빨리 죽질 않는다고 말하는 날도 많았다. 내 반응은 늘 같았다. 그런 기도는 하나님이 들어주시지 않을 거라고, 살아 있는 동안 덜 아프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귤을 꺼내 놓았더니 엄마는 귤껍질을 꼼꼼히 벗겼다. 죽 드실 때마다 숟가락 가득 떠 입에 넣으려고 하던 걸 기억하고 옆에서 말했다.

“한꺼번에 다 입에 넣지 말고 좀….”

바로 엄마의 핀잔이 돌아왔다.

“야! 이걸 어떻게 한 입에 넣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귤을 다 먹고 난 뒤 엄마는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나라에서 가려오라고 했다고, 영정 사진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다른 날, 엄마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내 남편이던 사람이 요즘 안 보인다.”

나는 아버지 계시는 납골당 사진을 보여 드렸다. 엄마가 그곳을 이해하시는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 여기 안 계시지?”

“돌아가셨잖아.”

“제사 지내냐?”

“응, 기일 때마다 내기 아버지 찾아가지. 지난달에도 다녀왔어.”

“제사는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네가 고생이다.”

나는 듣기만 했다. 조금 후 엄마가 말했다.

“사탕 사 와라. 내가 돈도 안 주면서 사 오라고 하네.”

“엄마는 사탕이 왜 좋아?”

“입에 넣고 있으면 기분도 좋고, 오래 먹을 수 있고.”


이날 하이라이트도 엄마의 기도였다. 특별할 것 없는 간식을 먹고 이런 기도를 했다.

“딸이 먹을 걸 많이 가져와서 잘 먹었습니다. 오늘 일을 죽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주님, 아녜스가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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