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치매와 함께 23
ㄱ요양원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엄마는 24년을 보낸 제2의 고향을 떠나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이 있는 도시의 요양원으로 가게 되었다. 다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겪을 혼란이 큰 걱정거리였다. 엄마는 낯선 곳에서 약간 긴장한 듯했지만 거부감이나 불안감이 커 보이지는 않았다. 4년 전보다 치매가 더 진행된 탓에 환경 변화에 오히려 무디어진 것 같았다.
요양원 입소 다음날, 간식과 몇 가지 물품을 챙기고 엄마한테 갔다. 간호팀장은 엄마가 잘 주무셨다고 하면서 덧붙였다. “말씀을 참 잘하시네요. 의사소통이 다 돼요.” 잘 잤느냐는 내 인사에 엄마는 어젯밤에 약을 안 줘서 못 잤다고 말했다. “그래? 오늘밤에는 약 꼭 챙겨 드리라고 말할게.”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적응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ㄴ요양원은 너무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차분했다. 그게 엄마와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ㄴ요양원은 네 층에 입소 어르신 방이 있었고 각 층마다 방이 세 개씩 있었다. 요양보호사들이 팀을 이루어 한 팀이 한 층을 맡아 어르신들을 공동으로 돌보았고, 간호팀장은 전체를 살폈다. 이전의 ㄱ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 두 분이 한 방의 어르신을 전담하며 교대로 일했다. 1년 넘게 계속 같은 요양보호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요양보호사들이 엄마를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방식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겪고 보니 ㄴ요양원 방식도 괜찮았다. 요양보호사 개인의 스타일에 좌우되지 않고 통일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점에서 더 안정적일 수 있었다. 문제가 있으면 간호팀장이 나서서 조정하고 보호자인 나에게 연락을 했다. 간호팀장이 꼼꼼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서 신뢰가 갔다.
입소 후 두 번째 주말에 방문했을 때 간호팀장이 나를 복도로 불러냈다. 엄마가 많이 우울한지, 말씀을 심하게 하는지 묻고는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틀 전에 요양보호사가 목욕을 시켜 드리는데 엄마가 갑자기 ‘목을 따’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섬뜩한 말에 요양보호사는 얼마나 기겁했겠는가. 다들 몹시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는 엄마가 최근 두 달 동안 죽으러 갈 거라고 자주 말한 사실을 설명했다. 그렇게 험한 표현은 처음이었다. 애써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한동안 죽으러 가겠다고, 산에 데려다 달라고 자주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ㄴ요양원에 적응하던 중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요양원을 방문한 날, 엄마가 대변을 만지는 일이 자주 있었느냐고 간호팀장이 물었다. 나는 두어 달 전에 연이어 두 번 있었고 그 후 괜찮았다고 대답하고는 걱정이 앞서서 계속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간호팀장은 ‘우주복’을 입히는 방법이 있지만, 가끔 벌어지는 일이라면 요양보호사들이 좀 힘들더라도 소동을 감당하는 편이 낫다고,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4년 전에 엄마가 요양병원에 있었을 때, 맞은 편의 할머니는 늘 커다란 벙어리장갑을 끼고 계셨다. 변을 자주 만져서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 일이 생기면 참 곤란하겠다 싶었지만 그 걱정은 먼 훗날 일 같았다. 엄마는 당시 혼자 걸어서 화장실을 갔고 보통의 팬티를 입고 있었다. 속옷은 내가 집에 가져가서 빨았는데 변이 조금 묻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나이 들어 생기는 변실금 때문일 걸 거라고 생각했고 변이 묻었던 속옷은 삶았다. 그런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팬티형 기저귀를 쓰게 되었다. 어느 날 간병인이 팬티형 기저귀를 사 오라고 했다. 전날 엄마가 설사를 해서 옆 할머니 팬티형 기저귀를 빌려서 입혀 드렸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일반 팬티는 안 입게 되었다. 더 이상 삶는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된 점은 좋았다.
또 몇 달 후 욕창 때문에 소변줄을 꽂게 되면서 찍찍이가 달린 일반 기저귀로 바꿨다. 엄마 혼자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떤 요양보호사는 대변볼 기색이 있으면 엄마를 변기에 앉혀 드리곤 했다. 변기에 앉는 편이 힘주기에 좋기 때문에 변을 시원하게 보시라는 배려였다. 요양보호사는 자주 확인해서 젖은 기저귀를 바로 갈아드리면 별 탈이 없다고 했다. 잠시 방치되는 사이에 뭔가 축축한 느낌에 손을 대는 것이고 그런 소동은 기분 나쁜 상황을 수습해 보려는 시도의 결과였다.
3년쯤 지나 ㄱ요양원에서 엄마가 변을 만지는 사건이 있었다. 침대 채로 샤워실로 옮기고 시트를 갈고 목욕을 시켜드렸다고 들었다. 며칠 사이에 엄마 방에서 짝을 이룬 요양보호사 두 분이 한 번씩 소동을 겪었지만 그 후론 별일이 없어서 마음을 놓았는데 더 이상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커다란 벙어리장갑을 끼고 계시던 할머니의 문제가 이제 엄마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