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치매와 함께 24
간호팀장이 우주복을 언급하고 넉 달이 지났다. 회사에 막 도착한 아침 시간에 간호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우주복을 입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때가 왔구나!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요양원 근처 의료기 판매점에 우주복 두 벌 배달을 부탁했다. 더위가 오고 있는데 방수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을 것을 상상하니 내가 갑갑했다.
며칠 뒤 주말에 엄마를 보러 갔다. 엄마는 우주복이 거북한 모양이었다. 위아래가 한 통이어서 손을 넣을 수 없는데도 계속 허리춤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이제 소동이 일어날 걱정이 없으니까.
요양보호사에게 슬며시 물어서 그날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들이 위층에서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내려와 현관을 들어왔을 때 냄새가 났다. 엄마가 똥을 벽에 던져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황을 정확히 들으니 더욱 기운이 빠졌다. 엄마한테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똥 던지지는 말지.”
엄마는 멀쩡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니가 치웠냐? 고맙다.”
“아니, 선생님들이 치워 주셨지.”
똥을 던진 사람도, 고맙다고 인사하는 분도 내 엄마였다. 옆자리 어르신을 돌봐 드리던 요양보호사님이 우리 대화를 듣고 다가와서 웃는 얼굴로 엄마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어르신, 괜찮아요. 우린 다 이해해요.”
그 말씀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ㄴ요양원에 온 지 몇 달 후부터 엄마는 또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고 한 번은 사고로 이어졌다. 토요일 아침에 간호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요양원으로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엄마가 새벽에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요양원에 가서 직접 엄마 얼굴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왼쪽 광대뼈 쪽 상처가 컸고 군데군데 작은 상처가 있었다.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면서 얼굴을 긁힌 것 같았다. 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엄마, 어디 가려고 한 거야?”
그냥 물어본 건데 엄마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아무 데도 안 갔다.”
엄마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가만히 계셨고 나도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 후로도 엄마의 시도는 계속되었다. 침대와 벽 사이에 한 뼘 남짓 공간이 있었는데 그 틈으로 내려가 바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요양원에서 문자나 전화가 오면 혹시 낙상 소식이 아닐까 싶어 가슴부터 내려앉았다. 마침내 간호팀장은 엄마 자리를 바꾸겠다고 했다. 중앙 홀 테이블 바로 옆에 있는 방의 입구 침대였다. 그 테이블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일을 하기도 하고 또 오며 가며 잘 지켜볼 수 있는 자리라는 설명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창가의 밝은 자리를 떠나는 게 싫었지만 그 조치에 반대할 수가 없었다. 자리를 옮기고 두어 주 지나자, 요양보호사는 새 자리가 엄마한테 더 안정적인 것 같다고, 그쪽으로 옮기고 나서 내려오려는 시도가 줄었다고 했다.
낙상 걱정을 내려놓으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요양보호사가 엄마의 우주복을 꿰매고 있는 걸 보았다. 아랫단 부위를 좁게 만들어 손을 못 넣게 하려는 것이었다. 재주 좋게도 엄마는 그쪽으로 손을 넣어 기저귀를 빼냈고, 오전 동안 세 번 빼낸 날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또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로부터 몇 달 전에 기저귀 사건에 대해 들었다. 별일 없는지 묻는 내 인사에 요양보호사가 잠시 망설이더니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간호팀장에게 보고해야 해서 그날 새벽에 찍은 것이라고 했다. 사진 속에서 엄마는 두 손으로 하얀 솜털 같은 것을 공중에 날리고 있었다. 그 하얀 것의 정체는 엄마가 빼내서 뜯은 기저귀였다. 그때 이후로 별다른 말이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자 요양보호사가 우주복을 꿰매는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무심하게 넘기려고 애썼음에도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내게 요양보호사님이 말했다.
“이게 우리 일이죠. 안 그러시면 여기 왜 오셨겠어요?”
그때 나는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 그 말씀은 두고두고 크게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