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수영성과 장항 스카이워크

서해안만 따라간 3일의 여행-첫날

by 길벗 스토리텔러

서해안만 따라간 3일의 여행-첫날

부안과 고창은 자주 찾는 곳이지만, 오가는 길에 들르는 곳에 따라 여행의 성취감이 매번 다르다. 이번에도 숙소는 변산 소노벨에 숙소로 잡고, 내려가는 길에는 보령과 서천을 들르기로 했다.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볼거리, 즐길거리를 새로 만들고, 영화나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갑자기 부상한 명소들이 많아서 가본 곳도 또 가보면 뭔가 달라져 있다. 새벽에 입국하는 미국인 친구를 인천공항에서 맞아 동행하는 여행이라 코스가 인천대교~소래를 지나, 서해대교 건너 보령, 서천, 군산, 새만금, 변산을 거치니 서해안을 낀 경로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여행의 주제를 '서해안만 따라간 3일의 여행'으로 삼았다.


‘꿀단지’인가 ‘굴단지’인가

- 천북 굴단지 -


얼핏 ‘꿀단지’로 들리는 천북 '굴단지’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에 있는 굴 전문 식당가를 말한다. 서해안의 풍부한 갯벌과 천수만(淺水灣)을 배경으로 오래 전부터 굴 양식으로 명성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인지 굴 요리를 제공하는 전문 음식점들이 문을 열더니 대규모 식당촌을 이루어, 겨울이면 축제도 여는 등 서해안의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이 되었다. 겨울철 주말이면 인근 도로가 막힐 정도로 전국에서 모여드는 인파가 많다. 바닷가 훤히 트인 공터에 수십 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고, 고개를 오르면 전망 좋은 카페촌이 손님을 맞는다. 카페촌과 식당가를 잇는 산책로에서 천수만을 내려다 보는 경치도 일품이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광천 IC나 홍성 IC에서 내려서 국도를 따라 가면 닿는데, 홍성에서 접근하면 천수만 철새 탐조로 유명한 궁리항과 새조개와 대하로 유명한 남당리를 지난다. 남당리에서 홍성방조제만 건너면 바로 천북 굴단지이다. 장삿속과 바가지 가격에 상처받기도 쉬운 속성은 여느 관광지와 다르지 않은 만큼 미리 검색해서 식당과 메뉴를 정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코로나 유행 이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좁은 길에서 차들이 엉키고 이집저집 호객 행위로 난장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깔끔해졌다. 몇 년 전 대대적 정비 사업을 벌인 결과라 한다. 바닷가 바로 옆 가게를 전화로 예약하고 찾아갔다. 블로그 몇 편 검색도 해보고 전화 예약하니 위치 파악도 메뉴 선택도 어렵지 않았다. 가스불 피운 넓다란 불판에 석화를 익혀가며 면장갑을 낀 한 손으로 껍데기를 까먹는 '굴구이'가 주메뉴다. 굴전과 굴무침을 포함 영양굴밥 1인분이 나오는 셋트 메뉴를 시켰는데 기본 2인분에 70,000원이다. 먹고 나와 “굴값이 꿀값보다 비싸네”하는 소리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일행이 3명이라 해물칼국수 단품 1인분을 추가하여 손님으로서의 예의는 다했는데, 칼국수도 밥도 남길 정도여서 보다 합리적인 1인당 가격을 제시하면 손님이 더 많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hbeu_2xqi5dEh5xp6yOVt6ZnGvU 천북 굴단지의 식당 풍경

가급적 여행기에서 메뉴나 식당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 속셈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정말 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은 대충 지나치고 그저 음식점, 상점만 대놓고 광고해주는 행태를 순수하게 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즘같이 정보 매체 흔한 세상에서는 여행자가 검색하고 조사한 후 떠나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으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충청도에도 수영이 있었다고?

- 충청 수영성 -


천북에서 15분 정도 달려 보령 방조제를 건넌다. 방조제를 건너는 중 오른편 시야에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절벽 위로 보이는 돌성과 우아한 정자 한 채, 절벽 아래 호수처럼 잔잔한 물과 거기 떠 있는 작은 배들. 그림 같은 풍경, 거기가 '오천항'과 '수영성'이다. 도대체 여기가 강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다. 길지 않은 방조제를 지나 우회전하면 쉽게 수영성 아래 주차장을 찾을 수 있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성(城) 바로 밑에도 주차 공간이 있다. 수영성에 머문 시간과 오천항 바닷가를 산책한 시간 모두 합쳐 1시간 정도 되지만, 마주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오전이라 마을도 사람도 활동 개시 전이었겠지만, 바람 부는 작은 항구와 고성(古城)만 덩그러니 그려진 그림 속으로 들어간 느낌. 너무 좋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의 정식 명칭은 '충청도수군절도사영(忠淸道水軍節度使營)', 서해 바다를 지키는 충청 수군(水軍)의 본영(本營/본부)에 구축한 성(城)이다. 서해안의 크고 작은 수군 기지를 관할하는 본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성엔 충청수군절도사(忠淸水軍節度使)가 주둔하면서 서해의 중부 해역인 서천, 보령, 서산, 태안 등을 왜구로부터 지키고, 해상 교통과 치안, 군수 물자 수송 등을 총괄하던 서해안 수군의 총본부라는 것.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는 수군의 여러 주둔지 중 하나였으나 조선 태종 때부터 조선 말까지 400 여 년, 본영으로서의 위상을 지킨 군사 거점이다.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 관련 영화나 이야기들을 종합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남해안 같이 일본의 왜구를 직접 마주하여 수군의 역할이 절실한 곳에는 전라좌수영, 전라우수영, 경상좌수영, 경상우수영 같이 네 곳에 큰 수군 기지가 있었고, 이를 통할하는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이 경상우수영에 있었으니, 오늘날의 해군 참모총장이 주재하던 곳이다. 줄여서 통제영(統制營)으로 부르다, 오늘날 통영(統營)이라는 지명이 되었다는 상식 하나쯤 보태면 좋을 것이다. 전라우(右)수영은 해남(海南), 전라좌(左)수영은 여수, 경상우(右)수영은 통영, 경상좌(左)수영은 이름 그대로 부산 수영만의 수영에 있었다는 사실도 덤으로.... 임진왜란 중 삼도수군통제사 직제가 생겨 전라좌수사인 이순신이 전라, 경상, 충청의 5수영을 총괄하다가 통제영이 경상우수영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j7a9kAnlJtwkr7YvWibzYDIZxQQ 오천항/ 영보정/ 성 안에서 내다본 오천 마을/항구에서 본 수영성

얼핏 보기에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은 문루가 없음은 물론 홍예(虹蜺/아치)만 불안하게 얹힌 문(門) 좌우에 연결되어 있고, 오천 바다를 내려다보는 강변 절벽 위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1520년(중종 5)에 축조하였고, 둘레 1.65km에 4개의 문을 설치했다고 하니 규모가 작지는 않았던 모양이나 이 부근 말고 훼철(毁撤)된 것으로 보인다. 홍예문을 통과하여 왼쪽으로 성벽 위를 따라 올라가면 바다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이다. 바다와 오천항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수영성의 대장격 건물인 영보정(永保亭). 정면 6칸, 측면 3칸의 영보정은 기둥의 높이로 보나 올라 앉은 축대 규모로 보아 본부나 지휘소로 쓰였음직한 위용 있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주변 풍광도 풍광이지만, 목조 건물 자체도 아름다워 조선시대의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았다는 설명이 안내판에 써 있다. 위상과 규모는미치지 못하지만 통영의 세병관(洗兵館), 여수의 진남관(鎭南館)을 연상해본다.

ZXDjKoJUb4ueskLJx_ri5wXbdRc 수영성 홍예문과 성 안 풍경

영보정만 한 바퀴 돌아도 주변의 경관이 모두 들어온다. 돌면서 살펴보니 천수만(淺水灣)이 가늘고 깊이 파고 든 아늑한 해안에 오천항과 수영성이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요샌 좀 줄었지만 몇 년 전에는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폭증했다고 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란다. 홍예문으로 오르는 계단 입구에 드라마 촬영 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공효진, 강하늘, 김지석 등 출연 배우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동백꽃 필 무렵’의 주 촬영지는 포항 구룡포 일대였고, 특정 장면 몇 컷 정도의 배경으로 이 곳 장면이 쓰였다고 한다. 방영한 때가 2019년이었다 하니 세월 참 빠르다.


바다와 갯벌에 곰솔 숲길까지

- 장항송림자연휴양림 -


다음 목적지는 ‘장항송림자연휴양림’이다. 오천항을 출발하여 약 70km 정도,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이곳은 해안을 따라 곰솔 숲이 1.5km나 이어져 있고 전 구간에 여러 갈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대개 해수욕장 부근에 송림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넓은 규모의 숲이 펼쳐진 바닷가는 처음 본다. 곰솔은 대개 바닷가에 자생하기 때문에 해송(海松)이라고도 하며, 껍질 색이 검게 보여 흑송(黑松)이라고도 한다. 잘 생각해보면 바닷가에 있는 소나무들 줄기는 대개 검은색에 가깝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산에 자생하는 소나무 줄기는 줄기가 붉게 보여 적송(赤松)이라 부르는 것과 대조된다. 이곳 송림(松林)은 1954년 장항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이 방풍림(防風林)으로 2년생 곰솔을 1만2천여 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라는데 이만큼 잘 자란 것이라니 대단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곰솔 아래 숲길엔 온통 맥문동(麥門冬)이다. 여름이면 푸른 바다와 갯벌, 울창한 송림과 보라색 맥문동 꽃구경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겠다. 그때 쯤 이 곳은 어마어마하게 붐비겠지만. 숲속을 걷다보니 곰솔 줄기 끝에 스카이워크가 길게 놓여 있다. ‘장항스카이워크 전망대’다.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에 오른 후 전망대까지 236m나 걸으며 사방을 조망하는 시설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숭숭 뚫린 배수로 철제 덮개 같은 바닥과 유리 등이 번갈아 깔려 있는 아찔한 길을 걸어 원형 전망대까지 가면 벽마다 ‘기벌포 해전(伎伐浦 海戰)’에 대한 안내판이 둘러 서 있다. 그리고 원형 전망대에서 진입로와 90도의 각을 이뤄 약 50m 정도 더 나가는 마지막 구간은 바닷물에 걸쳐져 있다. 거기 끝에 서면 송림의 양 끝과 길다란 해변, 갯벌, 바다 멀리까지 시야가 훤하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다.


4천원 입장료의 반액 2천원을 쿠폰으로 돌려주고, 인근 지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65세 이상인 분은 무료 입장. 근방에 상점이 눈에 뜨이진 않지만,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매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친구만 입장료를 냈는데 그의 쿠폰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때 보탰다. 크게 바쁜 일정 없어서 해변도 송림도 모두 걷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모자를 붙잡고 다닐 지경이라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스카이워크 부근의 해변에 서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기념’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이왕 찾은 '기벌포 해전'의 현장, 신라가 당나라를 몰아내고 삼국 통일의 의의를 달성하는 '나당전쟁', 그 마지막 전장(戰場)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aSRtP4OPFchMyQ9YBxDfHIFTAIY 장항 송림/스카이워크 엘리베이/서천 갯벌 표석/원형 전망대



- 기벌포 해전과 삼국통일의 완성 -


기벌포(伎伐浦)는 금강이 서해로 들어가는 하구(河口) 일대를 가리키는 지명으로, 현재 행정구역 상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과 전라북도 군산시가 마주보고 있어 학계에서도 어느 곳이라 특정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당(唐)은 백제 멸망 직후 그 땅에 웅진도독부(熊津都督府)를 설치하고 신라를 계림대도독부(鷄林大都督府)로 삼는 등 장차 통일 삼국의 영토를 당의 식민지로 삼겠다는 야욕을 드러낸다. 그러나 신라는 아직 고구려가 건재하던 시기이니 만큼 당과의 협업이 절실할 때라 일단 참고 넘어가던 신라는 고구려 부흥군과 연합하여 당나라의 군사적 요충인 요동(遼東)을 침공, '선빵'을 날림으로써 '나당전쟁(羅唐戰爭)'을 시작한다. 기세 좋게 시작한 전쟁이었으나, 전선(戰線)이 한반도 중부 지역까지 밀리던 중 경기도 연천 지방으로 짐작하는 ‘매소성’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것을 계기로 신라가 다시 북진하면서 승기를 잡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당나라가 백제를 침략할 때처럼 금강 하구로 진입하려 한 것을 물리친 전투가 기벌포 해전이다. 기벌포에서의 패전으로 당나라가 평양에 있던 안동도호부를 요동으로 철수시켰으니 이로써 삼국통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7년간의 나당 전쟁 승리는 매소성 전투로 승기를 잡고, 기벌포 전투로 승리를 굳혔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자랑스러운 역사의 땅 기벌포가 바로 '서천군 장항읍', 이 부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 갯벌이 이만큼 세계적이었어?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천갯벌 -


’한국의 갯벌‘이 2021년 열린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하였다. 자연유산으로서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 등재된 이후 두번째라 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서남해안의 5개 지역의 갯벌 4건(고창, 신안, 서천, 보성-순천)이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라는 명칭으로 마침내 등재된 것이었다. 갯벌은 철새의 보호에 중요한 기착지이며, 2,000종이 넘는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천혜의 자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진짜 볼 것 많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


’서천갯벌‘과 곰솔숲이 어우러진 멋드러진 곳 뒤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DJmqMeo4HLgA5rF6Eerbjy71Eoo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외관/전시관/생명의 탑


송림 뒤편 주차장 부근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있다. 뒷문 밖에서 봐도 특색 있고 멋진 건물이 정면에 보이고 우측으로는 신식 건물이 우뜩 서있다. 항공모함의 선두(船頭) 모양을 연상시키는 멋진 건물은 다가설수록 더욱 웅장해 보인다. 건물 반대편에 정문과 입구가 있다. 대로(大路) 안쪽으로 넓은 주차장도. 씨큐리움(Seaqrium)이라 크게 적힌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꼭대기층까지 개방된 시원한 로비 가운데 기둥 모양의 화려한 ’생명의 탑‘이 시선을 압도한다. Seaqrium은 "Sea(바다)+Question(질문)+Rium(공간)'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의 공간"이라는 안내를 들을 수 있었다. 생명의 탑을 ’아트리움 중심 순환형(Atrium-centered circulation) 전시장‘이라고 안내되어 있는데 알듯 하면서도 설명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관람하기를 권장하고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4층은 해양생물 관련 전시를 해놓았는데, 규모와 전시 형태, 다양성, 흥미로움 등 모든 측면에서 수준이 높았다. 서울에 있는 과학관은 거의 관람한 경험에 비추어 견주어도 스케일과 디테일 모두 최상급 수준이다. 4층부터 내려오면서 보는 전시장 구조도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서는 단계, 가운데 공간과 로비를 내려다보면서 복도를 따라 순환형 관람 형태 등 동선이 복합적이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이 전시장의 구조상, 미관상 핵심인 아트리움도 단순 구조물이 아니라 4층에서 들어가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관람하게 조성된 하나의 전시장이어서 놀라웠다. ’생명의 탑‘으로 명명된 이 전시장은 로비에서 올려볼 때의 압도적인 형태미(形態美)는 물론 색채의 향연이 아름다웠고 특히 우리나라 해양 생물의 액침(液浸) 표본을 4,600점이나 전시한 단일 테마의 전시장이라는 주제 배치도 돋보였다. 로비에서 시큐리움 공간과 생명의 탑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고 입구 반대편의 출구를 빠져나왔다. 갯벌과 송림, 해양생명. 다른 듯하지만, 3가지 테마가 결국 '생명‘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연계된 드문 곳을 장항에서 체험하고 길을 떠난다.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 숙소인 ’변산 소노벨‘로 향하니 금방 둘러봤던 시큐리움 앞 넓은 도로를 지나 군산 방향으로 향한다. 장항의 상징물인 ’장항제련소 굴뚝‘ 근처에서 ’동백대교‘로 올라서 군산산업단지 앞 대로를 지나 변산으로 향했다. 동백대교는 금강(錦江) 본류에서 가장 하류에 놓인 다리이다. 군산으로 향하면서 보이는 왼쪽 물길이 금강이고 오른쪽이 서해이다. 이 다리가 2018년 준공되기 전까지는 금강하굿둑 위 도로로 차량들이 군산과 장항을 오갔었다. 어려운 한자어로 ’금강하구언(錦江河口堰)이라 배웠는데, 둑이라는 쉬운 우리말을 두고도 언(堰)이라는 뜻도 모르는 한자를 무조건 외우던 시절에 대한 추억도 떠올랐다. 역사 시험에 자주 출제되던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鎭浦大捷)도 떠오른다. 고려말 왜구 침략사 중 최무선이 제조한 화약과 화포로 왜구 함대를 격파한 빛나는 승전 말이다. 장항송림 스카이워크에서 되돌아 본 ‘기벌포’와 동백대교에서 떠올리는 진포대첩의 ’진포‘가 같은 곳인지 다른 곳인지, 또는 군산 쪽인지 장항 쪽인지를 두고 주장이 갈리기도 했었지. 역사책은 기벌포와 진포를 모두 ’금강 하구‘로만 기술하고 있고, 10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금강의 흐름도, 퇴적과 간척으로 지형도 크게 변했음을 고려하면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에서 출발한 동백대교를 넘어 금세 '전라북도 군산시'에 도달했다.

AlknShW4bkkNOjVdA4ocMavkJ-Q 소노벨 변산 앞바다 풍경


네비게이션의 지시대로 군산 산업단지를 지나 '새만금방조제’를 건너서 변산으로 건너가 숙소에 짐을 풀었다. 도착한 소노벨의 저녁 바다 전망이 시원하다. 날이 흐려 일몰은 볼 것 없었으나,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쉴 수 있다는 넉넉함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창문 오른편에 내일 아침 첫 코스로 찾을 적벽강의 수성당 언덕이 보인다.


(다음날 여정: 적벽강/미당 서정주 문학관/줄포 노을빛 정원/곰소항/개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