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밥이 된 인간들 - 9

30년 전 오토모 가츠히로가 예언한 3가지 멸망

by Gildong

제9화. "복지는 늘려줘"라면서 "왜?"는 묻지 않는다


노예가 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더 부드러운 족쇄'다


<대포의 거리>에서 시민들의 삶은 고달프다. 매연이 자욱한 공장에서 하루 종일 포탄을 나르고, 귀가 터질 듯한 소음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이들은 "전쟁을 멈추자"고 시위할까? 천만의 말씀. 그들의 불만은 아주 소박하고 구체적이다.

"급식 스프가 맛이 없다." "작업복 재질이 거칠어서 피부가 쓸린다." "휴식 시간을 5분만 더 늘려달라."


이 장면은 현대 사회의 '소시민적 저항'이 가진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시스템의 본질(전쟁, 살상, 무의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대신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의(복지, 급여, 처우)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인다.


이것은 저항이 아니다. "나를 좀 더 편안하게 착취해 달라"는 애원일 뿐이다.


블라인드(Blind)에서 벌어지는 가짜 투쟁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라. 매일같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도배된다. 하지만 그 불만의 내용을 뜯어보면 <대포의 거리> 시민들과 다를 게 없다.

"우리 회사는 성과급이 왜 이것밖에 안 되냐."

"구내식당 밥이 맛없다."

"재택근무 없애지 마라."


물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정작 "우리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내가 하는 이 업무가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가 비윤리적인 돈벌이를 하든, 내 보고서가 쓰레기통으로 가든 상관없다. 내 통장에 꽂히는 돈과 내 책상의 안락함만 보장된다면, 기꺼이 눈과 귀를 닫는다.


우리는 이것을 '현실적인 직장인'이라고 포장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비싼 사료를 요구하는 가축'의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워라밸'이라는 달콤한 마취제


시스템은 영리하다. 사람들이 "왜?"라고 묻지 못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에 달콤한 사탕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 사탕의 이름이 바로 복지(Welfare)워라밸(Work-Life Balance)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테크 기업들이 왜 호화로운 사내 식당과 수면실을 제공할까? 당신을 사랑해서? 아니다. 회사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시스템 안이 너무 편안하고 안락하면, 사람들은 바깥세상을 꿈꾸지 않는다.

"이 정도 연봉에, 이 정도 복지 주는 회사 없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당신의 비판 정신은 거세된다. 조금 부당한 지시가 내려와도, 회사가 뻘짓을 해도 참게 된다. '황금 수갑(Golden Handcuffs)'을 찼기 때문이다.


복지는 때로 노동자의 권리가 아니라, 질문을 봉쇄하기 위한 시스템의 뇌물로 작동한다.


전쟁이 끝나면, 당신도 끝난다


<대포의 거리>의 시민들이 전쟁을 반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포다. 전쟁이 멈추면 대포를 쏠 일도 없고, 포탄을 만들 일도 없다. 즉, 실업자가 된다.


그들은 시스템을 욕하면서도, 내심 시스템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적이 없으면 적을 만들어서라도 대포를 쏘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먹고살기 때문이다.


이 비겁한 이중성이 현대 사회를 지탱한다.

환경 파괴를 욕하면서도, 내 주식 종목인 석유화학 기업의 주가가 오르길 바란다.

사교육 지옥을 비판하면서도, 내 자식은 의대 반에 등록시킨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욕하면서도, 새벽 배송의 편리함은 포기 못 한다.


우리는 시스템의 피해자인 척하지만, 사실은 가장 적극적인 공범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해방'이 아니다. 그저 '시스템 안에서의 승진'일 뿐이다.


애니메이션 속 아이는 말한다. "아빠보다 더 훌륭한 포수가 될 거예요."


이 아이에게 '훌륭함'이란, 더 정확하게 대포를 쏘는 기술자가 되는 것이다. '왜 쏘는지'를 묻는 철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이 바라는 미래는 '자유로운 인간'인가, 아니면 '복지 좋은 감옥의 모범수'인가?


이제 인정하자. 족쇄에 벨벳을 감아준다고 해서, 그것이 자유가 되지는 않는다.


[Next Episode] 제10화. 'Why'를 질문하는 자만이 탈출한다 : 맹목적인 복종의 고리를 끊어낼 마지막 기회. 회사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가 정의한 일'을 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Shift)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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