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가치 동맹의 종말과 냉혹한 거래의 시작
'안보의 외주화'와 한국이 감당해야 할 최전선의 무게
군사 전략가들에게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은 성역과도 같았다. 쿠릴열도에서 일본,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이 가상의 선은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막아내는 미국의 견고한 '방패'였다. 하지만 2025년, 미국은 조용히 방패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섰다.
중국의 미사일 능력(A2/AD)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미 해군은 더 이상 항공모함을 중국 연안으로 밀어 넣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주력을 후방으로 뺐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는 누가 채우는가? 바로 한국, 일본, 대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은 제1도련선을 미군이 피 흘려 지키는 방어선이 아니라, 동맹국들이 스스로 무장하여 중국을 가두는 '요새(Fortress)'로 규정했다. 이것은 명백한 '안보의 외주화' 선언이다. "우리는 값비싼 항모를 잃고 싶지 않으니, 너희가 지상 발사 미사일과 잠수함으로 중국을 막아라."
이제 한반도는 미국의 안보를 위해 중국의 1차 타격을 받아내야 하는 '인계철선'이자 '최전방 참호'가 되었다. 방패가 뚫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방패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비극적인 지정학적 위치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성비' 따위는 잊어야 한다. 미국이 떠나도 중국이 함부로 건들지 못할 '독침'이 필요하다. 그것은 재래식 군사력의 균형이 아니라, 상대를 공멸로 몰고 갈 수 있는 비대칭 전력—전략 잠수함과 고위력 미사일—으로 '공포의 균형'을 맞추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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