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가치 동맹의 종말과 냉혹한 거래의 시작
'호구'가 될 것인가, '프리미엄 고객'이 될 것인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국제 정치에서 피할 수 없는 청구서를 즐길 수는 없다. 대신 그것을 '지렛대'로 삼을 수는 있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 거부하면 미군이 떠나고, 그냥 내면 호구가 된다. 여기서 제3의 길, '패시브 오토노미(Passive Autonomy·수동적 자율성)' 전략이 등장한다. 미국의 '돈 내라'는 요구(Passive)를 들어주되, 그 대가로 우리의 군사적 족쇄를 풀어 자율성(Autonomy)을 사 오는 것이다.
우리는 수십 년간 넷플릭스 구독료(방위비)를 내면서도, 정작 중요한 기능(핵 재처리, 전략무기 운용)은 '미국의 허락'이라는 잠금장치(Lock)에 막혀 사용하지 못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돈 더 내고 네가 지켜라"고 선언한 순간, 우리는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가 생겼다. "그래, 돈 낼게. 대신 이제 그 잠금장치 풀어."
일본은 이미 농축 우라늄 재처리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끊임없이 미국의 빈틈을 파고들어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방위비 인상분을 '주권 회복 비용'이자 '핵 잠재력 면허비'로 정의해야 한다. 돈을 잃는 것은 아깝다. 하지만 그 돈으로 '자주국방의 기초'를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상 가장 남는 투자가 될 것이다.
2026년,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의 보호를 받는 '방패'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칼을 쥐게 될 '검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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