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몰락과 구조화된 가난에 대하여
상상해 보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K-컬처로 전 세계를 호령한다는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의 초과 근무 수당이 밀리고 있다.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다. 2025년 현재, 지방직 공무원의 수당 체불 우려, 저소득층 바우처 축소, 취약계층 지원금 지급 지연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감지되는 '실화'다.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안 통과 실패로 문을 닫는 '셧다운(Shutdown)'을 남의 나라 일처럼 비웃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공식 선언만 없을 뿐, 소리 없는 '스텔스 셧다운' 상태다. 기업으로 치면 부도 직전, 자금팀이 어음을 막으러 뛰어다니는 꼴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약속한 가장 기초적인 금전적 의무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명백한 시그널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정부는 돈을 써야 한다"는 기조 아래 광란의 빚잔치를 벌였다. 코로나 지원금, 민생 회복 지원금, 각종 선심성 현금 살포. 정치인들은 표를 사기 위해 미래 세대의 장부를 털어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다. 그 대가로 나랏빚은 5년 만에 500조 원 가까이 폭증했다. IMF가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는 너무 빠르다"고 경고했지만, 기축통화국도 아니면서 마치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처럼 행동한 오만의 결과다.
이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세수는 펑크 났고, 재정 적자는 역대급이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진다. 당장 오늘 연탄 한 장이 아쉬운 독거노인, 수당 몇 푼으로 생활비를 메우는 하위직 공무원,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소상공인들이 먼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국가 신용의 붕괴'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국가가 지급 능력을 상실했다는 소문이 돌면, 시장은 그 나라의 화폐를 신뢰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국채를 투매할 것이고, 이는 금리 급등과 환율 폭등의 악순환을 부른다. 우리가 베네수엘라나 튀르키예를 보며 방심하는 사이, 한국 경제는 이미 그들과 비슷한 '부채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건전 재정"을 외치지만, 주말마다 경제 장관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여는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실탄(돈)이 없으니 "예의주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제 인정해야 한다. 국가는 더 이상 당신의 안전망이 아니다. 국가가 기본적인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셧다운의 시대. 정부가 내 빚을 갚아주거나 노후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라. 지금은 국가를 믿고 기다릴 때가 아니라, 국가가 멈춰 설 때를 대비해 나만의 구명보트를 준비해야 할 각자도생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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