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을 잃은 경제의 마지막 비명

역대 최장 금리 역전과 원화 자산의 ‘매력 파산’

by Gildong

환율 1,500원 돌파는 이제 시간문제다. 이 수치는 1998년 외환위기처럼 외부에서 날아온 ‘유성’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부동산 부채와 포퓰리즘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가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지반 침하’의 결과다. 우리는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헝그리 정신’의 선수가 아니라, 운동을 게을리해 비대해진 채 숨을 헐떡이는 ‘게으른 중량급’일 뿐이다.


금리 역전의 늪과 엔진이 꺼진 원화

환율은 한 국가의 기초 체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성적표다.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역전 현상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며 원화 자산의 매력은 이미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잠재 성장률이 0.7%로 곤두박질치는 동안, 국가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라는 독약을 영양제라 속이며 버텨왔다. 미국이 탄탄한 성장률을 무기로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며 ‘엔화의 귀환’을 선언하는 사이, 한국은 0.7%의 출산율과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내부의 적에게 발목이 잡혀 있다.


미래 투자의 실종이 부른 자산의 고립

더 비극적인 사실은 우리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30년간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실질적 투자는 부족했고, 그 결과 독일과 일본은커녕 이제 중국에게조차 턱밑까지 추격당하거나 이미 추월당했다. 금리가 낮은데 미래 가치조차 보이지 않는 ‘원화’라는 티켓에 배팅할 투자자는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고 일본과 베트남으로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훈련하지 않는 선수에게 배팅할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울타리의 붕괴, 각자도생의 시대

사회 저변에 흐르는 무질서와 ‘각자도생’의 심리는 더 이상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본능적 공포의 발현이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수익률을 희생시키고 서학개미를 탓하는 ‘금융 권위주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주권은 시장을 압박하는 패기가 아니라, 발권력의 정직함과 국가라는 시스템에 대한 전 세계적 신뢰에서 온다. 그 신뢰가 파산한 자리에서 국가는 더 이상 주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 이제 환율 1,500원은 일시적인 발작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정상 상태(New Normal)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