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는 대한민국 경제를 기소한다

지표는 웃고 민생은 우는, 대한민국 경제 정의에 관한 최후진술

by Gildong

환율 1,480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에 대한 유죄 판결이다.


달러당 1,480원. 원화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 탓"이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하지만 배심원석에 앉은 시장(Market)은 이미 평결을 내렸다. "유죄(Guilty)."


코스피 4,000 포인트 돌파를 두고 경제가 건재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속지 마라. 고인플레이션 시대의 주가 상승은 기업이 성장해서가 아니라, 화폐가치가 죽어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파국적 호황(Crack-up Boom)'일 뿐이다. 지금의 고환율은 일시적 파도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의 붕괴'이자 엄중한 경고장이다.


나는 오늘 한 명의 국민으로서 '세계 경제의 카나리아'라 불리던 한국 경제를 질식시킨 정책 입안자들과 낡은 시스템을 고발하고자 한다. 이것은 국민의 빈곤을 구조화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제출하는 공개 기소장(Bill of Indictment)이다.


죄목 1. 재정 당국의 직무유기 (Fiscal Malfeasance) 혐의: 표를 얻기 위해 미래를 팔아넘긴 죄


팬데믹 이후 국가 부채는 1,100조 원을 넘어섰다. 당국은 GDP 대비 비율이 관리 가능하다고 항변하지만, 범죄는 그 '의도'에 있다. 재정 규율은 포퓰리즘의 제단 위에 바쳐졌다. 선거철마다 살포된 현금은 물가를 자극했고, 정작 필요한 사회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 투자는 방기되었다. 정부는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게 정상인 척하는 '스텔스 셧다운' 상태다. 지금의 원화 약세는 우연이 아니다. 당신들이 벌인 포퓰리즘 파티의 청구서가 도착했을 뿐이다.


죄목 2. 중앙은행의 도덕적 해이 (Dereliction of Duty) 혐의: 좀비 기업을 살리기 위해 화폐 가치를 훼손한 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 앞에서 한국은행은 '도덕적 해이'의 길을 택했다. '시장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마땅히 청산되었어야 할 부실 사업장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었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구조조정이라는 외과 수술을 거부하고 진통제(유동성)만 투여하는 사이 시중 통화량은 팽창했고, 그 대가는 전 국민의 화폐 구매력 도둑질(인플레이션)로 치러졌다.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지갑을 털어간 것이다.


죄목 3. 부동산이라는 이름의 폰지 구조 (Ponzi Scheme) 혐의: 소멸하는 나라에서 거품을 부추긴 기망의 죄


대한민국은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출생아가 소폭 반등했다지만, 거대한 해일 앞의 촛불 하나일 뿐이다.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는 나라에서 "부동산은 영원히 오른다"는 믿음은 국가가 보증하는 사기극에 가깝다. 그럼에도 정치는 청년들에게 빚을 내어 콘크리트 상자를 사라고 부추긴다. 이는 국가의 자본을 비생산적인 곳에 가두고, 기성세대의 자산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청년 세대의 미래와 원화 가치를 희생시키는 '역진적 부의 재분배'다.


최종 변론: 심판의 시간


우리는 지금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라는 환각 속에 있다. 주식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당신 주머니 속의 돈이 녹아내리는 것이다. 18세기 경제학자 캔틸런이 경고했듯, 풀린 돈은 자산가들의 배만 불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월급쟁이에게 전가된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수가 아니다. 근로 의욕을 꺾고 가난을 구조화하는 시스템적 범죄다. 1,480원의 환율은 이 시스템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SOS)다.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주문만 외우며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우리에게 내려질 형벌은 가혹할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훨씬 더 처참한 황무지가 기다리고 있다.


피고는 유죄다. 이제 판결은 국민의 몫이다. 이상으로 기소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