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을 태워 효율을 빚다
엔비디아는 자비로운 독지가가 아니다. 2026년 CES에서 젠슨 황이 자율주행 모델 ‘알파마이오(Alpamayo)’를 비롯한 고성능 AI 모델들을 오픈 소스로 전격 공개했을 때, 시장은 환호했지만 경쟁자들은 절망했다. 이 화려한 선물은 경쟁자의 성벽을 안쪽에서부터 무너뜨리기 위해 설계된 가장 정교한 ‘트로이의 목마’다. 공짜라는 이름의 이 선물은 사실 경쟁자가 보유한 R&D 자산의 가치를 즉시 증발시키는 가장 강력한 감가상각 촉진제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은 총칼이 아니라 ‘기준의 상향’에서 온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수조 원을 들여 자체 모델을 개발할 때, 엔비디아가 그보다 뛰어난 모델을 무료로 배포하면 어떻게 될까? 경쟁사가 쌓아온 지적 자산은 그 순간 ‘미친 AI 감가상각’의 늪에 빠져 고철이 된다. 굳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독자 모델을 개발할 경제적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선물을 가장해 경쟁자의 투자 회수율(ROI)을 정밀 타격하고, 시장의 표준을 자신들의 영토로 강제 귀속시킨다.
이 락인(Lock-in)의 대가는 ‘지능세’라는 형태로 돌아온다. 오픈 소스 모델을 채택하는 순간,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CUDA 드라이버와 툴체인에 종속되며, 오직 엔비디아 칩셋에서만 극강의 전력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적 굴레에 갇힌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풀어 하드웨어라는 플랫폼에 결속시키는 가장 합리적이고도 냉혹한 경제적 잠식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에도 틈새는 있다. 특화된 소형 언어 모델(SLM)이나 에지(Edge) 컴퓨팅 영역에서는 여전히 파편화된 수요가 존재하며, 경쟁자들은 이 지점에서 반격을 꾀한다. 하지만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엔비디아의 행보는 극강의 효율화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복된 모델 개발에 낭비되던 전 세계적인 자본과 시간을 단번에 청소하고, 검증된 하나의 표준 위에 모두를 올라타게 만들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기려 하지 않는다. 단지 경쟁의 명분 자체를 지워버릴 뿐이다. 무료라는 달콤한 덫에 걸린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나를 공격하는 자가 아니라, 내가 거절할 수 없는 완벽한 결과물을 공짜로 주는 자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