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을 태워 효율을 빚다
AI에 쏟아부은 수조 달러가 결국 수익성 없는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덮고 있다. 레이 달리오를 비롯한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2026년 현재의 AI 열풍을 닷컴 버블 초기와 비교하며 경고를 보낸다. 하드웨어 수명은 짧아졌고, 투자 대비 수익(ROI)은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현상은 거품의 붕괴가 아니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사라진다고 믿는 구시대적 착각이 무너지는 과정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효율이 좋아지면 소비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제본스가 발견한 이 기묘한 법칙,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AI 시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석탄 화력 발전의 효율이 좋아졌을 때 석탄 소비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저렴해진 에너지 덕분에 증기기관이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가며 수요가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루빈(Rubin)이 토큰당 단가를 1/10로 떨어뜨리는 지금, 인류는 지능을 아껴 쓰는 것이 아니라 '폭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구글이나 아마존(AWS)이 지능의 단가를 파괴하며 보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가가 낮아질수록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수요가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24시간 개인 비서, 모든 공정의 실시간 감시, 도로 위 모든 차량의 0.1초 단위 흐름 최적화까지. 지능이 ‘보석’일 때는 사치였던 일들이 ‘공기’처럼 흔해지면 사용량은 10배가 아닌 100배, 1,000배로 팽창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와 환경적 비용이라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가 발생하지만, 이는 멈출 수 없는 진화의 기회비용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거품은 기술의 실체가 아니라 우리의 낡은 '회계적 관점'에 끼어 있다. 하드웨어를 5년 동안 보존해야 할 자산으로 보는 눈에는 매년 쏟아지는 신형 칩셋이 거품으로 보이겠지만, 이를 통해 창출되는 '무한한 지능의 수요'를 보는 눈에는 이것은 인류 문명의 거대한 도약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낡은 회계 장부에 매달려 효율의 속도를 거부하는 자들은 도태될 것이며, 저렴해진 지능을 누구보다 빠르게 자기 사업에 녹여내는 자들이 신대륙을 지배할 것이다. 거품론자들이 '함정'이라 부르는 효율의 증가는, 사실 우리를 목적의 시대로 안내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