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평화헌법의 종언과 보조금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도쿄 세타가야의 어느 마트, 퇴근길 직장인들이 집어 드는 도시락마다 ‘소비세 0%’라는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예전엔 8%씩 꼬박꼬박 내던 세금이 하룻밤 새 사라진 겁니다. 가구당 1년에 8만 엔 넘는 돈이 지갑으로 돌아온다니, 일본 열도가 들썩일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감한 선택을 단순히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으로만 보기엔 뒤에 숨겨진 계산이 꽤 치밀해 보입니다.
다카이치 정부는 지금 인공지능이나 조선업 같은 미래 산업에 수십 조 엔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국방비도 GDP의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죠. 이렇게 큰돈이 국가의 특정 분야로 쏠리면 물가는 오르고 국민의 시선은 따가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밥상 물가라도 확실히 잡아 박탈감을 달래보겠다는 일종의 ‘열 식히기’에 나선 셈입니다. 밥상은 지켜줄 테니, 국가의 체질을 바꾸는 진통을 조금만 견뎌달라는 제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비판도 많습니다. 1년에 5조 엔에 달하는 세수 구멍을 어떻게 메울지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보냅니다. 국채 수익률이 요동치고 엔화 가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런 지출이 감당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게다가 식당에서 먹는 밥은 여전히 10% 세금이 붙는데 마트 도시락만 0%인 상황을 두고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 도박 같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밥상을 안정시켜야 더 거대한 변화인 ‘피지컬 AI’나 ‘자원 독립’으로 가는 길에 저항이 줄어들 거라는 판단이겠죠.
우리는 이 풍경을 그저 부러워하거나 비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국가가 미래를 위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때,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삶을 어떤 방식으로 지탱해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밥상을 지키며 미래를 위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 국민의 일상을 위해 어떤 철학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밥상의 안정이 공장의 전략과 맞물릴 때, 비로소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