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패권은 이란의 피로 유지된다 (2)

시스템 파산을 막기 위한 제국의 마취제

by Gildong

제2장. 63%의 수학, 골리앗은 왜 늪에 빠지는가


작전명 '에픽 퓨리(Epic Fury)'. 펜타곤의 거대한 대형 스크린 위로 이란 전역의 방공망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시뮬레이션이 흐릅니다. 수천억 원짜리 무인기가 밤하늘을 수놓고, 정밀 유도탄은 오차 없이 좌표를 찍습니다. 지도 위의 붉은 점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작전실엔 가벼운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데이터상으로 이 전쟁은 이미 압승으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스크린 밖, 실제 전선의 시간은 열흘째 기묘한 정적 속에 멈춰 서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압도적인 화력이 승리를 담보한다고 믿습니다. '덩치가 크면 이긴다'는 것은 인류가 수만 년간 학습해온 가장 본능적인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버드대의 정치학자 이반 애리그윈-토프트(Ivan Arreguín-Toft)는 전혀 다른 숫자를 우리 앞에 내밀었습니다.


지난 200년간 벌어진 비대칭 전쟁에서, 약소국이 강대국을 상대로 승리할 확률은 약 63%에 달합니다.


의외인가요? 상식과는 정반대의 이 숫자가 바로 제국이 처한 잔인한 수학적 진실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골리앗은 다윗에게 열 번 중 여섯 번을 지고 있습니다. 제국은 왜 자신의 안마당보다 좁은 전장에서 이토록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걸까요?


해답은 ‘의지의 비대칭’에 있습니다. 강대국에게 이 전쟁은 수많은 대외 정책 중 하나(Interests)일 뿐이지만, 약소국에게 이 전쟁은 단 하나뿐인 생존(Survival)의 문제입니다. 베트남의 눅눅한 정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거친 바위산에서 제국이 매번 고꾸라졌던 이유는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이 적군 한 명의 목숨값보다 비싸지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전략의 영역이 아니라 파산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10억 원짜리 미사일로 100만 원짜리 텐트를 타격하는 소모전이 반복될수록, 제국의 경제적 합리성은 서서히 질식합니다. 상대는 무너지지 않고, 제국의 금고만 비어가는 기묘한 교착 상태.


이것이 바로 제국이 마주한 ‘늪’의 정체입니다.


제국은 정교한 메스로 암세포를 도려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그 칼끝이 닿은 곳은 실체가 없는 유령들의 저항이었습니다. 제국은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전장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어떻게 '비겁하지 않게 도망칠 것인가'를 계산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늪에 빠진 자가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가라앉듯, 제국이 쏟아붓는 추가 예산과 병력은 승리의 동력이 아니라 파산을 가속하는 추(錘)가 될 뿐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것은 다윗이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아닙니다.


자신의 비대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늪 속으로 가라앉는 제국의 무거운 갑옷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