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토록 편안한 노예가 되었나 (8)

인공지능이 설계한 효율이라는 이름의 통제

by Gildong

8. 협력은 끝나고 통합된 권력이 남는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무대에 서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표준이 된 ‘자율주행 연합군’을 발표할 때, 장내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거대 제조사들이 엔비디아의 칩을 심고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인 장면은 무적의 군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화려한 연합의 이면에는 현실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자율주행 차가 사고를 내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칩 제조사인가, 소프트웨어 업체인가, 아니면 차를 만든 제조사인가?


사고가 나는 순간, 연합군은 흩어지고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만 남는다. 이것이 협력이라는 이름의 비극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협업’을 미덕으로 배워왔다. 복잡한 세계를 나누어 이해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고속의 시대에 협력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이제 협력은 미덕이 아니라 ‘지연’이며 ‘책임 회피’의 통로일 뿐이다. 수백 개의 부품사가 얽히고설킨 기존의 구조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뇌를 담기에 너무 낡았다. 칩과 소프트웨어, 에너지가 따로 노는 연합군은 하나의 신경망처럼 움직이는 제국을 이길 수 없다.


제국은 회의하지 않는다. 다만 실행할 뿐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보여주는 수직 통합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지상과 우주를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는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의지다. 연합군이 계약서와 책임 소재를 놓고 지루한 회의를 이어갈 때, 모든 것을 한 손에 쥔 제국은 이미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파편화된 지능들을 이어 붙인 누더기 옷으로는 태생부터 하나의 생명체로 설계된 통합된 권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제 분업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결정은 더 빨라져야 하고, 책임은 더 명확해져야 한다. 자본은 더 이상 복잡한 파트너십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에너지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길목을 스스로 장악한 포식자만이 다음 시대의 질서를 정한다. 연결은 쉽게 끊어지지만, 통합은 스스로를 유지한다.


협력은 필요했다. 하지만 속도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나뉜 구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이제 경쟁은 누가 더 잘 협력하느냐가 아니다.


누가 더 완전하게 통합되었느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