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석진 자리에 앉아 비를 봅니다.
식은 커피잔에 남은 둥근 얼룩만큼이나 무거운 침묵.
결국 첫 줄도 떼지 못한 편지들이 발밑에 먼지처럼 쌓여갑니다.
지우고 다시 쓴 자리마다 허망한 자국이 남고,
뱉으려다 삼킨 말들은 잉크보다 진하게 소맷자락을 적십니다.
그냥, 그런 것들이 이 자리에 남습니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창밖은 바쁘게 흐르는데 내 시간만 이 테이블 위에 멈춰 있습니다.
완성되지 못한 채 흩어지는 숨소리가,
이 자리의 공기처럼 가볍게 떠다닙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몇 번이나 지나가도,
종이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아마 당신도 한참을 더 머물게 될 겁니다.
차마 쓰지 못한 말들은
끝내 마침표를 갖지 못하니까요.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