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초기 생활
초기 정착에는 약 2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기간 동안,
집과 차를 계약했고, 학원 등록을 마쳤다.
낯설던 풍경은 조금 익숙해졌고, 주변을 살펴볼 여유도 얻었다.
며칠 동안은 버스나 전철을 탔을 때, 주변을 살필 틈이 없었다.
모든 신경을 안내방송과 구글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은 모든 것이 즐거웠다.
처음으로 듣는 어학원 수업
처음 만나본 현지인
낯선 음식과 풍경
하지만, 한 달의 시간이 지난 후, 조금은 무료해졌다.
수업의 흥미도 조금 떨어졌다.
1:1로 원어민과 대화를 했지만, 생각만큼 실력은 빠르게 향상되지 않았다.
하루 3시간 수업'만'으로는, 언어는 빠르게 늘지 않았다.
내게는 이 시간이 지역전문가 생활의 갈림길이었던 것 같다.
언어에 집중할지, 다른 것을 할지 선택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역전문가는 제도의 특성상 무제한적인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
나는 책도 읽고 싶었고, 운동도 하고 싶었고, 늘어져 쉬고 싶기도 했다.
처음 3달.
이 시기,
7년 동안 읽은 책 보다 많은 책을 읽었고,
7년 동안 여행한 곳보다 많은 곳을 다녔고,
7년 동안 마신 술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
사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혼자 술을 먹은 것은 고작 2~3번 정도였을까.
홀로 맥주를 마신 경험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술을 조금씩 마셨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
그리고, 행복함이 뒤섞여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