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꿈
“너는 나중에 작가 하면 되겠다!”
책을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던 어린아이는 자신이 작가가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어른들 역시 아이의 미래를 확정 짓고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린아이들의 꿈이란 희망차면서도 허무맹랑한 면이 있다. 아이돌이나 대통령은 물론, 공룡이나 마법소녀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작가라는 꿈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이러한 믿음을 가진 채로 아이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거쳐 무기력한 어른이 되었다.
커갈수록 부모님에게 보호받으며 가려져 있던 많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라는 꿈이 그 현실 중 하나였다. 대학 진학을 코 앞에 둔 시기가 되었으나 입시 학원을 다닐 경제력과 실력이 부족하였고 그렇게 타 전공에 진학하고 나니 당장의 수입을 얻는 일이 중요하였다. 현실에 부딪히며 어느새 창작과 예술은 먼 훗날 성공한 뒤 여유가 있을 때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의 취미로 남긴 글을 다시금 쓰게 된 것은 정말 뜻밖에도 가장 돈이 없고 힘든 시기였다.
다니던 회사를 나오고 가족들과 마찰을 빚으며 집 안에 틀어박히던 내겐 감정을 토로할 곳이 필요했다.
성인이 된 후의 나의 글은 메모장과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혼자만의 공간에 글을 쓰다 보면 욕심이 생겨난다.
조금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과 나와 비슷한 자들에게 공감을 받고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가님들에게 위로의 마음과 질투심이 동시에 들었다. 이왕 쓰는 글을 조용히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의미를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으로 흘러들었다.
브런치스토리에 오기 전의 글은 감정을 쏟아붓는 감정쓰레기통에 불가하였다. 일회성으로 휘갈겨 쓰고 떼어내 버리는 포스트잇 같은.
하지만 이제는 정제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나만이 아닌 독자들과 함께 읽어내리는 에세이의 형태를 띨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서툴러도, 규칙적이지 않더라도 이전처럼 아예 글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별장을 마련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른의 꿈은 조금은 허무맹랑하고 한심한 이상주의자로 보이기 쉽다.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살까 봐, 꿈을 이뤄낼 자신이 없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꽁꽁 숨겨두었었다.
사실은 수많은 어른들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줄도 모르고.
브런치스토리에서 나는 같은 꿈을 꾸는 수많은 어른들을 만나고, 그들이 끝내 꿈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솔직하게 실패와 포기, 좌절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브런치 작가만 되면 누구나 쓰고 공유할 수 있기에 성공한 자들의 에세이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성공하지 못한 나라도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스토리는 그런 곳이다. 현실에 부딪히며 좌절하고 포기해 온 어른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을 긍정해 주는 곳.
브런치 작가가 되고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던 순간을 기억한다. 작가를 꿈꾸던 어린아이로부터 20년 만에 배턴을 넘겨받던 그 순간을.
현재 나는 내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골인 지점까지 달려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브런치스토리는 그런 나의 곁에서, 그리고 수많은 꿈 꾸는 이들 곁에서 페이스메이커로써 함께 해주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