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기록하기
작심삼일. 지겹도록 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 같은 자식.
이는 내게 반복된 무기력과 우울감을 가져왔고 수많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어느덧 퇴사를 하고 타투이스트의 길을 선택한지 3년차가 되어간다.
지난 3년간 내가 이룬 것을 얘기하자면...
대부분의 시간은 손가락 사이를 흐르는 모래처럼 흘러가버렸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동료들은 어느덧 상당한 경력자가 되었다.
아직도 비기너로 남아있는 스스로를 이제서야 뒤돌아 보게 된다.
왜 나는 꾸준하게 하는 걸 어려워할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우선 다양한 책을 읽어보았다.
마케팅부터 매력적인 글을 쓰는 방법, 디자인과 패턴 책까지.
그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이 바로 마케팅과 관련된 '숏폼으로 성공하는 마케팅 원칙 100'과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기록을 담은 '프리워커스'이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세상, 누구나 자기 피알이 가능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디자이너도 타투이스트도 작업물을 SNS에 올리고 소통하며 고객층을 만드는게 필수가 되었다.
이러한 피알을 하지 못하면 잊혀져가는 세상이고, 실제로 나는 그렇게 잊혀져 가는 중이었다.
두가지 책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미완성된 상태여도 상관없으니 우선 보여주기이다.
작심삼일과 무기력과 완벽주의자는 일맥상통한다. 완벽하지 못하니 하기가 싫고 그렇게 미루는 걸 반복하니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완벽성을 버리고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계속해서 내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은 말한다. 내보이지 않으면 '나'밖에 모르니깐.
여기서 보여주기란 영상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다.
대충 흘겨 쓴 메모가 될 수도 있지. 성공한 이들에게 꼭 듣는 말! 메모하라!
사실 난 원래도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일반적인 일기부터 꿈꾼 내용, 버킷리스트, 체크리스트, 독서감상문 등 다양한 메모들이 주변에 흩어져있다. 다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나만이 간직하는 비밀 메모들이었다.
남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란 너무도 부끄럽다. 나의 생각이 틀려서 바보 취급을 받을까봐 무섭다. 한심하고 별 거 아닌 사람으로 보일까봐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꽁꽁 숨겨두게만 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어쩌면 몇십 년을 그렇게 살고나서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나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은 자유로울 순 있으나 그 작은 세상에만 고립되게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조금 더 세상을 나와보기로 마음 먹었다. 주에 한번 나를 돌아보며 공개적인 곳에 글을 써내려가기로 했다. 짧은 메모일 수도 있고 긴 한탄이 담긴 글일 수도 있다.
마음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제되지 않고 미완성된 글을 편하게 적어내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