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동인
어떤 사람이 더 강단 있는 사람일까?
영화를 보며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논리보다 마음이 시키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 결국 그가 더 강단 있는 사람이다.
책의 결말을 늦게 확인하고 싶어, 대신 찜해둔 영화 목록을 열었다. 오랫동안 미뤄둔 [레볼루셔너리 로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예고편 속 부부의 다툼이 불편해 차일피일 미뤄왔던 작품이다. 드디어 마음을 먹고 보게 된 영화는,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만남에서 시작해, 그녀의 연극 무대가 막을 내리는 현재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대는 기대와 달랐고, 에이프릴은 현실에 갇혀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틈에 젊은 날 프랭크가 들려준 파리의 꿈이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프랭크는 이미 다른 길에 들어서 있었다. 회사에서의 확실한 성공 대신, 여자후배와 관계를 가지며 ‘그녀에게만은 대단해 보이는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고, 예기치 못한 임신이 찾아왔다. 프랭크는 외도를 고백하며 ‘이제 진심으로 함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미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남편을 세워주려 했던 에이프릴은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닿는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조언이 있다.
“네가 꾸고 싶은 꿈을 꿔라.”
에이프릴은 그 꿈을 다시 이루고자 꿈의 방해라 여긴 낙태를 감행한다. 프랭크는 논리로, 에이프릴은 마음으로 선택했지만 결국 한 사람은 살아남고, 한 사람은 사라졌다.
영화가 끝난 뒤,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어떤 동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논리인가, 마음인가?
사라졌다고 여긴 나의 ‘마음의 동인’을, 이제는 다시금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