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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을 보고

성장통

by 길고영

윌 스미스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 같은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기대하며 고른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 하지만 영화는 아들 츄크가 건넨 엽총으로 아버지 키브가 자살하며 막을 내린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었다. 영화 내내 '마지막'의 의미를 궁금해하고, 영화에서 스며 나오는 쓸쓸함의 의도를 궁금했지만, 그런 결말이 아니길 바랐다. 헛헛함에 평소 습관을 버리기로 한다.


나는 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며,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를 건너뛰곤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멈추지 않고, 한 번 끝까지 이해해 보기로 한다.


영화가 끝나고 남편에게 묻는다.

“여보도 아버님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일렁여?”

오래간만에 성공한 내 요리를 맛있게 먹던 남편의 얼굴이 잠시 굳어진다. 내 설명이 부족한 듯싶어 덧붙인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아들이 아버지의 못난 점을 뛰어넘으려는 하잖아. 당신도 그런 거야?”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나는 아직 아버지를 이기지 못했어. 그래서 아직도 아기야.”


나는 좀 더 명확한 답을 얻고 싶어 결국 구글 검색창에 문장을 넣는다.

“남자는 왜 아버지를 죽여야 어른이 되는가?”

검색결과에는 ‘심리적 독립’, ‘정체성 확립’, ‘성장통’,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답변들이 쏟아진다. 어려운 말들을 뒤로하고, 나는 다른 영상 속 장면을 떠오른다. [폭싹 속았수다]의 첫째 아들 양은명.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력을 대신 메우려 온갖 사고를 치며 다니던 인물...


역시나 답을 찾지 못했고,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경우를 돌아본다.

엄마를 뛰어넘으려는 마음은 크지 않았다. 다만 비슷한 상황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를 이해하게 된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은, 결국 "동일한 자리에 서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해한 부분을 돌이키다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세계, 어른들의 깊은 아픔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마음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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