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회사에서 결혼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강남에서 결혼식을 올린 직원도 있었고, 본사와 계열사를 막론하고 결혼/득남/득녀/부고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그리고 지난 주말,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만남, 동거, 향후 거취, 결혼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들었지만, 그들의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그날이었다.
12시 예식이라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가벼운 산책을 했다. 오랜만에 내 결혼식 때 맞춘 예복을 꺼내 입었다. 다행히 몸에 맞았고, 코트의 색과 얼굴 톤이 자연스레 어울려서, 그대로 입고 식장으로 향했다.
유명한 예식장인지 곳곳에 '현 위치부터 예상 도착 시간', '제2주차장 안내' 등의 입간판과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여유 있게 출발한 덕분에 알맞은 시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사촌동생. 남자의 모습, 새신랑의 얼굴로 서서 하객을 맞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식권을 건네받으며 시선을 돌렸다. 둘 다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했던 얼굴인데, 오늘이라도 보니 반가웠다.
사촌동생과 삼촌의 직장 특성으로 인해 약간 한산한 느낌의 식장 안. 그곳에서 그들의 연애 스토리를 듣고, 신부 아버지의 덕담과 신랑 아버지의 축가를 들었다.
친가/외가 전체를 통틀어 결혼한 사람은 나와 여동생뿐이었는데, 드디어 사촌동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순간이었다.
식이 한창일 때 신랑의 형이 다가와 말했다.
"누나, ㅇㅇ가 남는 식권 누나 주래. 답례품으로 바꿔가면 좋겠다구요."
가족사진 촬영이 끝나고,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카펫을 행진하는 신부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의 신부가 보였다. 그녀의 손에 종이가 펄럭였다. 내 사촌동생보다 두 살 많은 그녀. 그녀가 강력히 원한 결혼. 아마 그녀는 혼인관계 증명서를 들고 다니며 증인들의 사인을 받고 있으리라.
앞으로 그녀의 득남/득녀에 내가 함께 할 것이고, 언젠가 전해올 부고에 함께할 것이리라.
그리고, 그녀는 내일 아침 내가 공수해 준 우리 집 김장김치를 식탁에서 맛보리라.
우리 자매가 결혼한 지 거의 10년. 오랜만에 생긴 가족이 신기하다.
그녀와 내 사촌동생의 앞날을 지지할 가족의 일원으로 사진에 선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