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는 이전 일기들에서도 젊은 세대의 민낯으로 몇 번 등장했다. 그런 그를 최근에 연달아 만났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그는 [참다래 수확], [김장], [결혼식 참석]이라는 세 가지 행사에 모두 등장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할아버지 댁에는 참다래나무가 있다. 내 어린 시절에는 수확한 열매를 판매하기도 했던 밭이고, 지금은 남편이 1년에 한 번 거름만 주며 유지하는 밭이다.
지지대가 쓰러져 나무가 허리 아래로 주저앉아 있어 결국 나무를 자르며 들어가야 했던 그날. 그 수확 현장에 조카가 왔다. 그는 할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발이 아플 때까지 참다래를 땄다.
"우와 우리 ㅇㅇ이 너무 멋진 대요. 할머니는 거기 못 들어가는데. 너무 멋져요^^"
그날 우리는 그의 혁혁한 공 덕분에, 20kg 쌀 8포대에 해당하는 참다래를 수확했다.
점심식사 후 들른 저수지 산책길에 그는 갑자기 발이 아프다며 엄마 등에 업혀 '대리 산책'을 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는 내 사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나는 몇 가지를 꺼내 보였다. 취업용 증명사진으로 만든 주민등록증, 명함... 나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그에게 비밀 초대장을 보냈다.
"다음 동물실험에 몰래 와서 볼래?"
이후 조카의 구애는 매주 계속되었다. 참다래 수확 다음주인 김장 때에도, 그다음주인 사촌의 결혼식에도.
만날 때마다 그는 물었다.
"동물실험은 언제 해요? 저 꼭 가고 싶어요."
조카에게 보여줄 '흥미진진한 실험 현장'을 생각하니 내일이 은근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