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시간이 흐른다.

by 길고영

부모님과 점심때쯤 통화를 하고. 퇴근 후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근무지가 있는. 대전의 섬이라 여겨지는 곳. 그곳에서 대전으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퇴근도. 저녁식사도. 볼일도. 모두 마치고. 늦게 출발했다.


저녁을 먹고 온 나에게 차려지는 과일접시. 과일접시를 비우며 대화를 나눈다.

"네일숍에서 해주는 비용은 00만 원인데. 내가 기구 사서 해줄까? 네일숍에 가는 방법은... 핸드폰 줘바... 이렇게~ 저렇게~."

엄마는 핸드폰을 빨리빨리 다루지 못했다.


올해 환갑인 엄마.

나는 엄마를 보며 인생을 즐기기에 60살은 젊다고 여겼지만.

60살은 즐기기엔 늙은 시점 같다.


내가 60살이 되는 시점을 손가락으로 세아려 본다.

오늘 나의 하루를 채울 것들을 다시 고민해 본다.


엄마의 자랑을 떠올린다.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3년 전에 도달했던 최저 몸무게에 이제 도달할 것 같아. 에어로빅에서 만나는 언니가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ㅇㅇ씨 배가 다 없어졌네. 배가 더 없어지면 떡 제출해야 하는데."

나는 웃으며 받았다. "그런 건 이거랑 똑같은 것 아니야. ㅇㅇ씨 손주가 중학생 된다며. 중학생 되면, 떡 제출 해야 하는데."

엄마를 통해. 운동 겸 친목 도모 모임에서 많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가 꺼내지 않은 다른 이야기.

누구 아들의 성공한 사업 소식.

누구 손자의 명문대 진학... 그런 이야기는 보통 아빠에게 듣는다.

"왜 매번 중고차를 사? 멋지게 신차 좀 뽑아봐. 누구는 딸이 법인차량으로 외제차 뽑아줬다는데 말이야."


내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온다.

"지난번에 조카랑 약속했던 것 있잖아. 동물실험 견학. 이제 곧 할 것 같거든.

이제 나는 거짓말쟁이 이모가 아닌 것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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