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소재 0개.

by 길고영

소재를 모으려 메모장의 제목을 [아이디어]로 적었다.

그리고 메모장에는 소재 대신 이번 연휴를 채울 식사메뉴로 찼다.


대학생 때의 일이다. 고등학생 때 접한 걸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신문의 사설을 읽는 일. 아빠의 출근길 따라 도착한 학교. 학교 건물 어딘가, 도서관의 어딘가에 앉아서 신문을 보았다. 그때는 신문의 냄새만으로도 신문 속 이야기들이 내 것이 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고리짝 시절 이야기 같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발표 이전의 대학생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니 그러리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문지를 사용할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서 한 묶음씩 얻었다.

이제는 부모님도 신문구독을 끊으셨다.


오늘의 나는 스마트폰으로 한없이 자극적인걸 본다.

이제는 알고리즘이라는 테두리로, 내 맞춤형으로.

나의 시간을 콘텐츠 제공자의 소재로 채운다.


홈화면에 구독 중인 신문사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본다.

복잡한 회원가입절차 없이 SNS로 쉽게 가입한다.


지면보기 30일 이용권을 결제한다.

10일 전의 다짐에 대한 방향을 다시 잡는다.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려 감이 떨어지길 바란 것에서.

감나무에 긴 꼬챙이를 휘적이는 것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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