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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각로 강성길 Apr 18. 2018

2018 동계올림픽 자원봉사

동계올림픽 자원봉사 숙소인 속초 가는 길

        동계올림픽 자원봉사 숙소인 속초 가는 길


 언제부터인가 먼 길을 갈 때에는 지나치게 일찍 출발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이제는 적당한 시간에 가는 것조차 불안하게 느껴져서 주변 사람들과 사소한 마찰을 빛기도 한다. 평창 가는 길은 아니 동계올림픽 자원봉사 숙소인 속초 가는 길은  6번 국도 따라가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일하러 가는 것도 아니요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난폭운전자는 물론 성질이 급한 운전자나 시간이 촉박한 온순한 운전자까지도 속이 부글부글 끊고, 지나친 인내력 테스트에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요. 당장 쫓아가 내 차 앞에 세우고, 의아한 듯이 차창으로 내미는 내 머리에 귀 빵 머리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분노를 삭이며 다른 방법으로 거칠게 추월하면서 항의 표시하고 양념으로 "빵빵" 경적을 울려주면서 창문을 열고 "똑바로 운전 못 해" 구시렁댈 것이다. 이런 가상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로 여유롭게 안전 운전하면서 6번 국도 주변 풍광을 힐링 삼아 홍천에 도착하였다. 


 홍천은 가는 날이 운 좋게도 장날이었다. '어서 와, 여러 번 오지' 하는 듯 여유로운 홍천강 둔치 주차장에 편히 주차하고 열린 마음으로 오일장의 진상을 파헤치리라. 가볍게 마음먹고 홍천 5일장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홍천우체국 쪽으로 걸어갔다. 홍천 5일장을 보는 첫인상이 경상도식으로 표현하면 '살아있네 살아있어'였다. 홍천 이름 그대로 넓은 땅과 하천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매서운 추위도 아량곳 하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모여든 홍천군민 모두가 동장군을 물리치고 마치 축제라도 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쩍거렸다. 


 펄펄 끊는 뽀얀 기름에 살랑살랑 들어간 어묵은 성숙한 황톳빛 어묵이 되어 좌판에 떨어지자마자 손님의 주문 덕에 다시 봉지로 사라지는 풍경이 연출되는 이곳이 5일 장터 입구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아마도 홍천 사람들이 아주 옛날 금강산 유람 가서 가서 한말이었는지 모른다. 따듯한 순대를 본 농부의 아낙은 동장군에 굴복하였는지 발이 얼어붙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점심 먹기 전 아닌가. 장터의 입구 좌판부터 홍천 오일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홍천장은 홍천읍 내 번영로와 신장대로를 가로지르는 용천로 7길을 중심으로 천막과 파라솔이 펼쳐지는데 하늘에서 보면 아마도 도시 한가운데 있는 난민촌이 연산될 것이고 그 안에 있으면 마치 동네잔치 천막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무지개 파라솔이 박힌 거대한 오색 천막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오늘 장에서 장을 잘 봐야 앞으로 5일이 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홍천이다.  농촌의 현실이 그리 녹녹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 어디에도 어두운 기색 없이 평화로운 것은 아마도 강원도 환경이 주는 보이지 않는 혜택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여유롭게 가는 여정이라도 장터에서 반나절을 보낼 수는 없다. 장터의 아쉬움을 양념장과 함께  국밥에 넣고, 넉넉하게 배을 채운 다음에서야 비로소 홍천을 떠날 수 있었다. 


 홍천을 지나는 44번 국도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서울 양양고속도로가 전 구간 개통되면서 예전의 활기가 많이 가라앉으면서 국도 주변  막국수집도 간간이 임대문의를 써 붙였으며 글자 색도 많이 바래 있었다. 

차는 홍천의 북쪽 끝인 두촌면을 지나고 청국장의 고장인 인제군 남면에 다다른다. 세계적인 겨울축제의 끝판왕인 인제 빙어축제의 현장이 차장에 나타나면 내가 아니라 마치 빙어호가 차를 주차하는 듯한 느낌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탁 트인 겨울 소양호는 답답한 현대인에게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나 또한 커피를 즐기는 현대인이기에 이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커피와 겨울 소양호 그리고 빙어호를 지나가는 이성적인 칼바람이 인제 삼합이라 가정하면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말과 연관하여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런 부조화가 모든 이들을 오히려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게 되는 이유인지 모른다. 


 한계 교차로에 이르면 국도는 다시 둘 갈레로 가라 진다. 북쪽 미시령 방향인 46번 국도와 한계령을 넘어가는 44번 국도, 모두 설악산을 사이에 두고 가는 길이라 이리가도 좋고 저리 가면 더 좋을 수 있는 마치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짬뽕과 같아서 선택이 너무 난해하다. 하지만 이번 켄셉은 안 가본 데 가보는 것이 최우선이고 가보았지만 추억이 희미해지는 곳을 우선적으로 가기로 출발 당시부터 마음을 설정하였으므로 차는 망설임 없이 거침없이 미시령 쪽, 46번 국도를 이미 달리고 있었다. 


 백담사 입구를 중심으로 이색적인 동태 덕장의 풍경이 그리웠고 군 복무 시절 유격장과 작업장의 아린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여기는 쓸쓸한 용대리 작업장'으로 시작되는 군가 같은 사가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 것은 도대체 어느 부위의 뇌에 저장되었기에 지금도 이토록 생생할까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강원도 쪽으로는 '눈길조차 안 준다'하던 그 시절이 지나자마자 강원도를 제 집 드나들듯 하고 '강원도 없인 못 살아' 노래까지 부르면서 지금껏 살아왔다.


 추억의 미시령 옛 길을 머리에 두고, 미시령 터널에 들어서는 이중적인 사고의식, 특이한 사람 정도의 경지에 도달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눈 앞의 편의성에 너무나 쉽게 빠져든다. 미시령 고갯길, 결국 이번 동계올림픽 자원봉사 숙소인 속초 가는 길이 충분히 여유 있는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채 아쉬움이 한이 되는 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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