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
명절 연휴입니다. 평소 쉬는 날에도 제가 꼭 하는 것들 중 하나는 목욕탕에 가는 것입니다.
집 근처 오래된 동네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것이
쉬는 날 일종의 소박한 휴식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목욕탕에 들어서니 명절 전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평소보다 두 세배는 많았습니다.
샤워기가 나열되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평소와 같이 탕에 들어가 멍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한 아저씨가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가만히 좀 서 있으라며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의 몸을 철썩 때리며 연신 다그쳐댔습니다. 아마도 치매 증상이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는 아버지의 몸 구석구석 열심히 비누 칠을 하고 있으며 노인은 멀뚱멀뚱 서있을 뿐입니다.
바로 그 옆의 샤워 부스에는 무릎 꿇고선 서 너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 아들의 몸을 붙들고
열심히 비누 칠을 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나이 드신 아버지를 씻겨주는 아들.
어린 아들을 씻겨주는 아버지.
탕 안에서 그 광경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 한동안은 그 대조되는 장면을 떠올리며 그렇게 연휴를 마무리했습니다.
그 장면이 왜 마음속에 남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려우나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속절없는 세월의 얄팍하고도 조금은 짠한 듯한 우리 인생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