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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몽 Aug 25. 2023

사진이 베끼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 = 베낄 사(寫), 참 진(眞)


사진(寫베낄사 眞참진)은 참을 베낀 것

사진 예술가가 전하는 사진 철학



베낄 사(寫), 참 진(眞). 사진의 어의는 ‘참을 베낀 것’이다. 베낀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참’이 조금 난해하다. 참은 무엇을 가리킬까?


사진은 현상을 재현하는 복제 기술이다. 그 어떠한 도구보다 대상을 선명히 복제해, 사진은 과학의 시녀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의 복제 대상은 ‘참’보다는 ‘대상’이나 ‘시각’에 가깝다. 그런데 왜 참 진(眞)을 썼을까? 모양을 뜻하는 상(像)이나 보는 것을 뜻하는 시(視)를 썼다면 사진 대신, 사상(寫像)이나 사시(寫視)가 됐을 수도 있겠다. 어감은 확실히 사진이 제일 멋스럽다. 중요한 것은 단어를 음절 단위로 나누어 하나하나 한자의 의미를 살피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활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공상을 좋아해 멍하니 혼자 ‘달토끼가 떡을 만들면 누구한테 줄까’라는 의미 없는 상상을 하곤 했다. 요즘 말하는 N이었다. 상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면서 소설가를 꿈꿨고,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상상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을 전공하며 단련했다.


나는 지금 사진을 찍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접한 사진이 어느새 직업이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사진에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 전공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탁월한 결과를 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만큼 평범했고, 남들만큼 게을렀다. 가끔은 내 사진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가도 성공한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을 보면 주눅이 들곤 했다.


‘참’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과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사진의 참(眞)은 현상이 아닌 그 속에 담긴 본질에 더 가깝다. 칸트의 물자체, Noumenon과 같이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현상의 기초가 오히려 참에 가까운 셈이다. 사진(寫眞)이란 말에서부터 사진은 단순 복제가 아닌 그 이상을 담아야 예술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 아닐까.


나는 ‘참’을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시각화했고, 철학적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소통을 한다. 나는 사진을 하지만 사진에 열등감이 있다. 그리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을 잘한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통해 앞으로 더욱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을 작품과 전시로, 때로는 글로 표현해 낼 것이다. 열등감을 극복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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