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필연적으로 예술가로 살게 된 계기
스스로 예술가라고 칭할 수 있기까지 참으로 오래도 걸렸습니다.
이제는 조금은 당당해져 보려고 합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좋은 꿈을 꾸셨나요.
첫 번째 글은 제가 누구인지 소개하고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쓸 것인지에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제목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예술가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라고 지어봤습니다. 상상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상상을 하는데, 그것들 중 재밌는 것만 추리고 다듬어 브런치에 적어보려 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신비롭고 환상적인 것에 매료되어 꿈 같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징조를 나타내는 꿈처럼,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활동명도 길몽(吉夢)이라고 지었습니다.
저는 상업사진작가로 활동하다 2022년, 예술 활동을 시작한 신진 예술가입니다.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문득 든 사진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는데요. 그 회의는 바로 '사진은 과연 예술일까?'였습니다.
사진이란 매체에 대한 접근성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쉬워졌습니다. 스마트폰 기술의 진보 덕에 전 국민이 1인 1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전을 개최하는 작가들이 늘어났는데요. 직업이 사진이다 보니 다양한 관점을 배우러 수많은 사진전을 다녔습니다. 해외 유명 작가의 거대 전시뿐 아니라, 국내 사진작가들의 크고 작은 전시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행하는 공통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작가의 경우엔 젊은 남녀가 나체로 욕조에 누워 부둥켜안고 있거나, 나체로 숲을 활보하는 사진을 몇 번이나 보았습니다. 국내 작가의 경우엔 어두운 골목길이나, 밝게 빛나는 윤슬, 아니면 보랏빛 하늘을 촬영한 사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작가는 달랐지만 비슷한 사진이 많았지요. 그런 사진들을 보고 느낀 점은 '사진은 과연 예술일까?'였습니다.
사실 이 의문은 사진이란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있었던 해묵은 논쟁입니다. 다게르에 의해 최초의 사진이 발명되고(정확한 최초 발명자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는 접어두겠습니다), 회화 작가들과의 다양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논점은 '단순 복제'하는 기술은 예술성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이후 수많은 사진가들이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사진의 예술성을 부여했고, 더 이상 논쟁은 종결되었습니다. 그 이후는 '사진은 예술일까'라는 의문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극도로 달해 AI가 만드는 예술에 대한 정립을 논하는 지금 이 시대에서 '사진 장르에 대한 원론적 의심'은 다시 한번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역사적 이야기들은 간단히만 설명하고 추후 자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사진이란 장르는 예술성을 획득했지만, '내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준거가 필요했습니다. 유행하는 사진을 남들과 똑같이 찍거나, 철학 없이 셔터를 소비해 만들면 그것은 단순 기술의 산물일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사진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엄격한 예술성의 기준이 생겨났고, 그것은 제 사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제 사진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철학이나 아름다움이 없었습니다.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진이란 매체에 대해 예술성을 부여하지 못하면 사진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제 예술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의 기본적 특성은 '복제(copy)'입니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특성으로 인해 사진은 현상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상을 온전히 담는 것이 아니라, 현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내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는 1. '본질이란 무엇'이며, 2. '그 본질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본질이라는 것은 현상의 근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상이 그곳에서 현상으로 있을 수 있게 만든, 그 시초를 본질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본질은 쉽게 다가왔습니다. 현상으로써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공장에서 가공되었을 것이며, 그전에는 디지털 파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디지털 파일은 이전에 스케치나, 디자인 계획 등으로 존재했을 것이며, 그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의자뿐 아니라 모든 현상은 사람들의 '상상'에서 탄생했으며, '본질이란 사람들의 상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본질이란 무엇'이라는 첫 번째 문제는 이렇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본질=상상'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만 남았습니다.
'상상'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형태 없이 모호하고, 꿈처럼 신비롭다는 것입니다. 모호함과 신비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실사보다 디지털 리터칭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바로 현미경이었는데요. 현미경으로 사물을 깊이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 사물과 똑같은 모습을 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그것을 '프렉탈 이펙트'라고 하는데요. 프렉탈은 반복적인 패턴을 띄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패턴과 '상상', 즉 '본질'을 동일선 상에 두었고, 패턴을 통해 본질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 나름의 철학이 완성되어 제 사진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적인 화려하고 신비로운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을 듬뿍 담아, 단청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주로 했는데요. 앞으로는 더욱더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을 넓혀나가려 합니다.
1. 사진은 예술일까? -> 예술가로서 각자만의 증명 방식이 필요하다
2. 나만의 증명방식: '있는 그대로의 현상이 아닌 본질을 담아내자' -> '본질이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
3. '본질=상상' ->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4. 현미경에서 아이디어 착안 -> 현미경으로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행위가 본질을 탐구하는 것과 같다면 그 속에 나타난 이미지는 본질일까?
5. 현미경을 통해 본 수많은 반복 '프렉탈 이펙트' -> 패턴 작품으로서 표현
6. 본질=상상=패턴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사진에 천착한 제 이야기가 복잡할 수 있습니다. 저조차도 이해 못 하는 단어는 최대한 배제한 체, 쉬운 말들로만 풀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조금은 난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하고 싶은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의 전시에서 다 풀어내지 않고, 3개로 나누어 3부작으로 만들었습니다. 본질 3부작은 22년 7월에 진행된 첫 개인전 <회귀>를 통해,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증명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고, 23년 7월 두 번째 개인전 <환원>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사진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본질 3부작 마지막 전시에서는 사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작품을 꾸미려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좋은 꿈 꾸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