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몽 Mar 14. 2024

국내 최초 국가의 지원을 받은 타투 전시를 열다

공공의 지원을 받은 최초의  타투 전시 <문신전 -찬란하고 영원한>

안녕하세요, 사진예술가 길몽입니다.

모두 좋은 꿈 꾸셨나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것도 두 달 가까이 지난 일에 대해서요.

기획자로서 타투이스트 10인과 함께 한 타투 전시 <문신전-찬란하고 영원한>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최초로 공공의 지원을 받은 타투 전시입니다.

예술가뿐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자질과 면모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진행한 저의 첫 기획전입니다.



문신전 두 가지 포스터

문신전 - 찬란하고 영원한

전시 기간: 2024년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전시 장소: 상상언더 갤러리

참여작가: 10인의 타투이스트 (시월, 그리드, 우위, 무아, 헬벨, 라겸, 리리, 멜란지, 팥쥐, 누가)

주최, 주관, 기획: 길창인(길몽)

후원: 춘천문화재단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전시를 할 때마다 한자로 이름을 짓습니다. 회귀, 환원, 문신전...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한자로 진행한 오리엔탈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포스터는 기이한 포즈를 취한 여자 모델의 몸에 FRAGILE이라는 글자가 반복되는데요. 지금 보니 최근 본 '파묘'의 포스터와도 비슷해 보이네요. '신체에 새기는 글'이라는 문신의 의미에 맞게 사람의 몸 위에 작품을 운송할 때 사용하는 'FRAGILE'이라는 글자를 얹어 신체가 곧 작품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포스터 모델은 춘천에서 활동 중인 김채린 현대무용가입니다.



전시 참여작가 - 10인의 타투이스트


  제게 예술을 가르친 건 타투이스트 시월입니다. 시월과 대화하며 예술과 예술가가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제가 예술가가 된 것은 8할이 그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는 친구이자 스승이었으며 타투 전시를 하고 싶었던 것은 스승과 함께 재미난 일을 해보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을 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문신전을 위해 시월을 포함한 한국에서 제일 멋있는 타투이스트 10인을 선정했니다. 타투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 각자의 분야가 확고한 타투이스트 10인을 모시고 왔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타투이스트들과 그들의 작품 이야기는 따로 글을 작성하겠습니다. 아래에 참여 작가들의 그림 및 작업을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첨부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shiwol/  

https://www.instagram.com/melange.tattoo/

https://www.instagram.com/mua_work/

https://www.instagram.com/nuga_ttt/

https://www.instagram.com/oo0wee/

https://www.instagram.com/greedorbs/

https://www.instagram.com/hellbell_ttt/

https://www.instagram.com/ragyeom_tattoo/

https://www.instagram.com/ri.8.ri/

https://www.instagram.com/pot.g__/


타투이스트 라겸 작품


타투 전시의 기획 목적


  타투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국만이 불법입니다. <문신전>은 금기시되는 타투가 가진 예술성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금기와 편견의 상징인 타투가 미술관으로 ‘예술의 형태로’ 들어왔을 때도 여전히 불법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문신전에 '공공의 지원'은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사기업 혹은 갤러리의 후원이나 자금을 모아 전시를 여는 것이 아닌, 문화재단이라는 공공기관의 후원을 받아 전시가 진행된 것은 그 의미가 다른 전시와는 달랐습니다. 이는 타투가 합법적으로 규제화는 이루지 못했지만, 공공에서 공식적으로 예술로 인정한 선정한 첫 전시 사례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타투가 가진 예술성을 선보이기 위한 다양성 시도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타투를 받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예술 작품을 구매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타투이스트의 도안을 볼 수 있는 SNS로 가서 원하는 작품으로 타투를 받으면 그 타투는 평생 자신이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도안은 하나의 타투만 진행하기에 구매한 도안과 타투는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구매해 신체라는 갤러리에 전시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문신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공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타투 전시입니다. 전시가 끝나고 국가에서 공인 타투 자격시험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는 타투 양지화의 시작이며, <문신전>이 그것에 일조한 것이 아닐까 혼자 웃음 지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


  타투 전시를 진행하면서 정말 다양한 타투이스트를 만났습니다. 전시를 진행한 10명의 타투이스트 외에도 그들의 동료나 친구 및 인스타를 보고 방문한 타투이스트들까지... 그들 중 누구는 타투이스트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단 하나의 타투도 보이지 않았고, 누구는 자신의 정체성을 면밀히 들어내기 위해 얼굴까지 타투가 덮여있었습니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타투이스트였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모두 '순수한 예술가'라는 점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남겨져 있습니다. 타투 관련 뉴스나 게시글의 댓글만 보면 얼마나 타투를 향한 시선이 부정적인지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이 잘못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문신을 위협의 도구로 사용하는 범죄자를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고, 타투가 많은 사람이 소란을 피우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문신을 행하는 타투이스트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모두 순수하고 예의 바른 청년들뿐이었습니다.  

  문신을 좋아하는 저뿐만 아니라, 몇몇 타투이스트 분들도 타투가 많은 사람이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신(타투)' 그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신(타투)은 그저 순수한 예술가들의 작품일 뿐이니까요. 실제로 값비싼 예술 작품이 탈세의 도구 등 그릇된 용도로 활용이 되어도 예술 그 자체를 탓하지 않는 것처럼 타투를 예술로 바라봐주기를 바랍니다. 물론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타투를 해주면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나쁜 타투이스트들을 제외하곤 말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