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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Jan 17. 2020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몸은 퇴근했지만, 마음은 아직 회사에 두고 왔나 봐요.


금요일 퇴근 시간, 피곤에 찌든 몸을 끌다시피 해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집만큼 편안한 공간이 있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주 한 가족과의 저녁식사와 대화는 따뜻함을 한가득 나에게 안겨 주 었다. 이제 일요일까지 휴식과 여유를 맘껏 누리리라. 소파에 온 마음을 풀어헤치고 뒹굴뒹굴 스마트폰 속 유튜브에 푹 빠져 본다. 이 시간은 한 주간 직장에서 시달린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바로 그때 갑자기 회사 생각이 떠오른다. 스마트폰 화면은 유 튜브에서 회사 메일 사이트로 바뀐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려 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회사 메일 계정에 로 그 인하고 만다. 


다행히 새로운 메일은 없다. 그런데 그림자처럼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나 퇴근했잖아’ 하는 생각이 드리워진다. 곧 금요일 꿈같은 저녁 모드로 돌아온다. 하지만 한번 연결된 회사 생각은 끊

어지지 않는다. 인사 평가, 다음 주에 해야 할 업무들, 동료들과 나 누었던 날이 선 대화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들어온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회사 생각을 떨군다. 하지만 의지 와는 달리 머릿속에서 회사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바로 메일 보내야지. 아니야, 대표님께 구 두로 일단 보고해야 해. 근데, 일단 프로젝트 진행 상황 체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타 부서 담당자에게 미팅을 요청해 볼까.’ 


결국 금요일 밤에 시작된 회의는 주말 내내 이어졌다. 그렇게 회사 생각이 머릿속에서 야근을 했다. 분명히 몸은 퇴근했는데 마 음은 회사에 머물렀다. 


당신도 이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회사 생각을 계속하는 게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생각들 중 대부분은 일어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쓸데없는 걱정이다. 머릿속에서 떠돌던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했던 생각들도 막상 월요일에 일터로 복귀하면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우리가 정신적 퇴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면의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잘될까 하는 걱정이 드는 순간 우리는 깔끔한 퇴근을 할 수 없다. 몸은 비록 집의 소파에 앉아 있어도 말이다.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우 리 마음을 퇴근시키지 못한다. 동료들이 나에 대한 비난과 저주를 퍼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시작되면 퇴근은 미뤄진다. 부하 직원 이 했던 못된 행동들이 머리에 남아 있어도 그렇다. 회사를 그만두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다음 주에 출근하면 어떻게 피드백을 줄지 한참 고민한다. 이렇게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불안은 몸이 퇴근했는데도 마음을 회사에 남겨둔 채 뭔가를 자꾸 불러온다. 


우리가 이렇게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이 회사와 동일화되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프로젝트 또는 동료들과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마음먹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프로젝트가 잘되면 나 자신이 훌륭해지는 것이고, 잘 안되면 나라는 사람이 별로라고 결론이 나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과 두려움이 커질수록 우리는 퇴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회사에 마음을 두고 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우리의 몸 이 휴식 공간에 있더라도, 내의식은 언제든지 회사로 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상황은 굶주린 사자 한 마리가 10미터 전방에 서서 끊임없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사자의 먹잇감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언제 먹힐지 모르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쉴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내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 상황은 내게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회사 프로젝트가 나 자신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일을 조절하며 할 수 있는데도 불안감에 쉬지 못하고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 황이 반복된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하려고 한다. 하 지만 온전한 쉼이 없는 업무는 결국 자신을 무너뜨릴 것이다. 


온전한 쉼은 이런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찾아온다. 회사에 다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있다면 쉼 없이 달려야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주말 잠자리를, 심지어 꿈속마저 회사 업무로 채우며 살아갈 수는 없다. 


퇴근하면 개인적인 삶이 펼쳐진다. 가족, 친구를 만나고 있을 수도 있고, 공부를 하고 있을 수도,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 고있을 수도 있다. 주말 내내 나에게 주어진 삶이다.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원으로서의 삶이 있듯, 주말에 내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 있다.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지금 주말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회사 일은 허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 도 낮고, 불안해 있기 때문에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 퇴근 후 회사 생각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느껴진 다면 빨리 당신만의 소중한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혼자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비롯해 소중한 이와 있다면 그들과 함께 기억될 즐거운 추억의 시작인 지금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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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작가 저서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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