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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Dec 19. 2019

내가 회사를 보는 왜곡된 시선
(Feat. 확신편향)

우리는 나의 회사, 상사에 대해서 제대로 보고 있는가?

모두의 마음속에 나만의 회사 풍경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주변 상황에 집중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판단하면서 살고 있다. 특히 회사라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 집중도는 더 올라간다. 머리를 쓰윽 내민 미어캣처럼 주변의 소리들 풍경들 사람들의 표정과 회사를 인지하려고 한다.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여기 회사의 리더십을 형성하는 인간들은 어떤지 우리는 끊임없이 회사를 판단한다. 그렇게 내 안에 이 회사의 모습이 남겨진다. 


내가 판단하고 바라보고 듣고 그려 낸 이 모습은 과연 실제 모습과 같을까? 과연 왜곡 없이 이 현실을 그려낼 수 있을까? 실제로 내가 겪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반갑다 동무들!!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성과도 좋아서 승진도 팍팍하고 인간관계도 좋아서 회사 다닐 맛 나면 좋겠지만, 이건 소수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에 치이고 회사에 눌리면서 산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끊임없이 회사에 실망하고 상처를 받곤 했다. 그렇게 마음속에 상처들이 남겨졌을 때 나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알게 되었다. 생각이 비슷한 것을 확인한 우리는 동료들과 단체 챗방을 만들었다. 단체 챗방이 만들어진 후 그때부터 틈만 나면 회사를 욕하기 시작했다. 상사에 치이고 나서 동료들과 약 2시간 동안 뒷담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했다. 그렇게 욕을 하는 나날이 늘어갔고, 어느새 우리는 강력한 동지애가 형성되었다. 나의 하루 풍경도 달라졌다. 무능한 상사를 욕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고, 마무리는 나의 동료들과 같이 한잔하면서 회사 경영진이 요즘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떠들어 댔다. 신문에 나오는 훌륭한 회사들과 열심히 비교하면서 말이다. 마치 이 회사 빼고 다른 회사들은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뭐지?

우리는 그룹이 커질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가 커져야 회사에 더 큰 영향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 능력 좋기로 소문난 직원 한 명에게 접근했다. 슬슬 상사와 회사 험담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그 능력 좋은 직원은 나의 말에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말했다. 예를 들어 무능한 상사 이야기를 했더니, 실무적으로 경험이 부족해서 모르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잘 봐주고 조언해줘서 업무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직장과 상사를 볼 때 바로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장단점을 골고루 보면서 다양하게 봐야 한다고 충고까지 받았다.


아 걔는 회사 정치인?!

순간 당황했다. 뭐지 이 사람은? 나는 들었던 말을 가지고 그날 밤 회동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동료 중 한 명이 말했다. 

야 걔는 우리 회사 핵심 라인이라 그래. 좀 못하고 실수해도 상사가 봐주는 편이잖아. 그러니까 상사가 좋게 보이지. 걔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엄청 정치적이라고 하던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료들과 이야기해서, 그 친구는 우리 그룹과는 맞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정치라는 키워드가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나에 대한 저성과자 평가도 이상했다. 나는 정치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성과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하나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그룹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해 줌에 감사했다. 정치라는 관점에서 회사를 보니 이 회사가 참 이상하게 굴러간다고 생각했다. 왜 저 친구들은 지각해도 봐주는 거지?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 친구들은 라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우리 회사가 굳건한 라인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몇 인정받는 친구들은 역량과 성과가 아닌 라인을 잘 타서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나 스스로가 불쌍해졌다. 나는 이 회사의 정치 라인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하기가 정말 싫어졌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이렇게 우리 동료들과 같이 술 한잔하면서 험담하는 동안 회사가 정말 싫어졌다. 하루하루 업무들이 다 하기 싫었다. 그 결과 내가 맡은 업무들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주변 팀원들이 데드라인에 왜 맨날 늦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면서 핑계만 댔다. 그리고 인사고과에서 나의 평가는 최하점이 되었다. 나는 억울했다. 이렇게 된 건 내 잘못이 아닌데 나는 정치의 희생양일 뿐이었는데… 나는 환경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되뇌면서 회사를 나왔다. 


그렇게 퇴사하고 나서, 다른 회사를 갔다. 고르고 골라서 갔다. 하지만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비합리적이었다. 뭐지? 이건? 상사는 한층 더 또라이였다. 갑자기 퇴사한 게 후회스러웠고, 이전 회사는 알고 보니 꽤나 나쁘지 않은 회사였던 걸 깨달았다. 이런... 어디서부터 내 인생이 꼬인 거지? 그러고 보니 나와 같이 뒷담화 했던 직원들은 다 회사에 남아서 잘 지내고 있었다. 몇 명은 승진도 했다. 역량도 좋고 성과도 좋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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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내가 경험을 1-2년 더 쌓고, 회사를 보는 눈이 생기고 더 성숙해졌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회사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나는 퇴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회사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깨달았다. 내가 이 회사에 있는 동안 나는 그저 감정에 치이고 누군가 하는 험담에 빠져서 회사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름 괜찮은 회사였고, 꽤나 오래 다닐만한 회사였다. 나는 확신 편향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내 주변 동료들 말을 듣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자 나는 더 의심할 것 없이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회사 정치인은 바로 나였다.

정치적이었던 건 나였다. 내가 사람들에게 회사와 상사에 대해서 묻고 다니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것에 대해서 감정이 섞여서 반문을 했던 것이다. 반대 의견이 더 합리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 나는 사상검증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그 회사에서 그저 저성과자였다. 더 열심히 했으면 성과를 낼 수 도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회사 욕하고 불만만 가득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싫어서 일을 더 열심히 안 했다. 인생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기간으로 남게 되었다. 차라리 열심히라도 했으면, 저성과였던 게 후회는 안되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를 생각한다고 나름 기회도 많이 줬었는데, 그렇게 보면 참 괜찮은 회사였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나는 진짜로 이 회사를 제대로 보고, 듣고 있는가? 
남이 하는 이야기에 의존해서 맹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판단하고 생각한 이 회사 모습을 나는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한가?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회사와 상사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온다면 꼭 위에 질문들을 해보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은 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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