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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Jun 20. 2020

직장 생활 마지막 순간 당신에게
결국 무엇이 남을까?

우리의 마지막 순간 미소를 짓게 만들어줄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내일 당장 나의 '직장인'생활이 끝난다면 무엇이 나에게 남을까?


채용 업무를 하다보면 50대 중후반 지원자 분들이 보이곤 한다. 그 분들 이력서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은퇴하기 전 마지막 회사를 찾는다' 라는 글귀였다. 마지막, 은퇴, 죽기 전, 이런 문구들을 볼 때마다 나의 직장생활의 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언젠가 이 직장생활의 끝이 있다. 늙고 지쳐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갑자기 회사에서 잘리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끝이 날 수 도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될 수도, 아니면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더 이상 직장인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다.

이 직장인 생활이 끝나는 건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 대기업 회장이든, 임원, 말단 사원들 모두 피해 갈 수 없는 결론이다. 모두에게 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기술도 좋아지고 자기 관리 잘하면 회사 생활 더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끝을 연장하는 거지 근본적으로 끝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선수, 농구선수, 전설적으로 남을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자들 모두 다 마찬가지다. 끝은 반드시 온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건 직장 생활의 하루는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우리의 직장생활이 끝나는 D-Day 숫자가 점점 0을 향해 떨어진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회사생활을 우리는 하고 있다. 하지만 끝은 분명히 있지만, 언제 어떻게 마무리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스스로 선택하게 될 수도 있고, 회사의 의지로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과 같이 힘들고 지쳤는데, 회사에서 그 시점에 회사에서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들어서 그만두게 될 수 도 있다. 


계획 정도는 세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알 수는 없다. 설사 1년 뒤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해도, 막상 1년 뒤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 아니면 1년 뒤에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다음 달에 퇴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어떨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렇게 우리의 직장 생활이라는 건 불확실한 끝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 그리고 순간들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다. 작은 시간들의 조각들이 모여서 우리 직장에서의 삶이라는 그림을 우리는 만들어 가고 있다. 마치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을 맞추듯이 시간의 퍼즐들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더 이상 이 조각이 들어갈 곳이 없어진다. 삶에서 직장 생활이 끝나가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이루어진 조각들은 전체 직장생활을 완성해 나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들은 소중하고,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기에는 참 아까운 하루하루다. 거저 주어지는 것 같고 또 내년이 무조건 올 것 같지만 누가 아는가? 당장 내일 이 생활이 갑자기 종료될지 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렇다면 낭비하지 말아야 하고 하루하루가 소중하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살고, 성과도 더 높게 가져가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회사 생활을 해나가면 된다는 말일까? 그렇게 해야 후회가 남지 않게 회사 생활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고,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만한 작은 일상들이 중요하다. 그런 순간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중요하다. 


나의 경험 상 지난 회사에서 연봉 동결도 당해보고, 상사에게 폭언도 당한 적이 있다. 3년 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들은 그렇게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매년 매출을 가져다주었던 내가 발굴해서 제안서 쓰고 마무리까지 한 그런 성과들은 잘 기억이 남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남아있는 과거에 대한 추억은 동료들과 소소하게 먹었던 점심시간들 , 업무가 너무 힘들어서 서로 위로한다고 보냈던 저녁 술자리가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집 방향이 같아서 매번 버스를 같이 타고 다니던 동료와 20분 남짓 주고받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에게 소중한 추억들로 남아 있다. 


이게 나만의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똑같이 반복해서 이야기 한 내용이다.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건 조건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과정들을 어떻게 느끼면서 사는가에 달렸다고 말이다. 소소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에 대해서 몇 번의 실험 등을 통해서 이미 검증되었다. 

나의 경험과 다양한 심리학 결과는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순간들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소소한 일상생활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야 덜 후회하고 더 의미 있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에서 저자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거대하고 불행한 사건들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짜증과 스트레스들이라고 말했다. 매일매일의 삶에서 쌓여가는 짜증들은 행복과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했다. 


즉 우리 삶에 직접적인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회사에서의 작은 일상들이다. 동료들과 소소하게 나누었던 대화, 아침마다 나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는 커피 기계의 원두가 갈리는 소리들, 결혼과 출산을 통해서 인생의 기쁨을 같이 나누곤 했던 시간들은 회사 업무와 상관없이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다. 


모든 회사 생활이 다 끝나 갔을 때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이런 소소한 추억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소해 보이고 반복적인 하루의 작은 일상들을 곱씹어 보고 즐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주변 동료, 내가 앉아 있는 자리, 그리고 반복되어서 미처 인식하지 못한 여러 가지 소소한 일들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결국 회사의 마지막 순간 당신이 그리워할 추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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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작가 저서 

<마음도 잘 퇴근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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