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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Jul 30. 2020

성공하면 무조건 옳은 걸까요?

대단하다… 대단해 어쩜 저렇게 일을 잘할 수가 있지?


이런 찬사를 듣던 프로젝트 매니징(PM) 역할을 수행하는 동료가 있었다. 능력이 정말 출중한 동료였다.


이슈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이메일, 채팅, 전화 등을 통해서 내부 외부 관계자들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소통 능력,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집요하게 파고 들어 숨겨진 원인들을 파악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훌륭했다. 또한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면 주변 동료들을 끊임없이 닦달해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업무 스타일이 공격적이어서 같이 참여한 프로젝트 멤버들이 몸 고생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첫 주에 야근을 월~금요일까지 한 적이 있다. 다들 지쳐 있고, 일정대로 진행이 되고 있어서 한 주 정도는 조금 유연하게 가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야근을 불사하고라도 몰아붙여 일정을 앞당겨 끝내곤 했다. 물론 결과가 항상 좋아서 이런 단점들이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참가한 멤버들은 ‘한번 정도는 괜찮지만 다시는 일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사람 관계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에 실패하고 말았다. 


같이 참가한 핵심 멤버 중 2명이 중간에 갑자기 도망치듯 퇴사했기 때문이다. 잦은 야근과 성과 압박 때문에 1명의 멤버가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었다. 그러나 그 일 잘하는 동료는 주말에 링거까지 맞고 왔고 온 멤버에게 왜 일정이 이렇게 늦어지냐고 일정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결국 핵심 멤버 1명은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프로젝트 매니저를 향한 비난을 퍼붓고 퇴사 했따. 그리고 다른 핵심 멤버 1명도 마침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같이 퇴사하고 말았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멤버 2명의 퇴사는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타격이 매우 컸다. 급하게 대체자를 채용해서 합류시켰지만 이미 그 프로젝트는 일정도 많이 밀리고, 결과물 퀄리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겨우 끝내기는 했지만, 고객사로부터 크게 컴플레인을 받고 다른 팀이 추가 프로젝트를 대신해주는 선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프로젝트는 일 잘하는 동료의 첫 번째 실패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1번의 실패가 문제였다. 그다음 프로젝트에서 그 일 잘했던 동료는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참여한 동료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특유의 날카로움이 온데간데 없어져 있었다. 실패에 대한 좌절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몰랐던 동료는 더 이상 일을 잘하는 동료가 아니게 되었다. 결국 다음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긴 했지만 그 프로젝트 매니저의 기여도는 매우 낮았다. 그리고 그게 그 동료의 슬럼프의 시작이었다. 연속되는 프로젝트 속에서 소극적인 역할만 수행했고, 이전과 초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동료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연속된 실패를 통해서 인내심을 기르고 자아가 성숙되어 어느 순간부터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았던 친구가, 팀원들을 세심하게 챙긴 것이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니 특유의 실행력도 되살아나서 이전의 명성을 회복했고, 회사에서도 다시 인정받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었다. 아니 단순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닌 리더로 거듭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복된 실패가 그를 더 겸손하게 만들었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게 만든 것이다.


성공과 실패는 열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음을 위한 씨앗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연속성을 갖고 있다. 지금의 일은 다음 일로 이어지고, 이전의 성공과 실패는 다음에 나에게 오는 프로젝트들에 영향을 준다. 즉 성공과 실패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음 업무를 위한 시작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일 잘하는 동료와 같이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이게 무조건 좋은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성공을 하면 할수록 아집은 심해졌고, 좌절감에 대해서는 점점 더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성공이 오만이나 아집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성공은 독약으로 작용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 잘 나가고, 점점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심하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놓인 것이다. 업무의 성공과 실패는 운도 많이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실패는 우리가 절대 피할 수 없다. 즉 언제가는 끝없이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를 했더라도 의미와 배움을 통해서 성장했다면 인생의 소중한 경험들로 남게된다. 실패는 사람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만들고, 우리에게 변화해야 하는 이유들을 깨닫게 해 준다. 마치 일 잘하는 동료의 실패들이 그러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성공했다고 마냥 좋아하지 말고 스스로 오만해지지는 않은지 경계하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이다. 성공과 실패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다음의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우리는 모든 상황에서 성장하고 변화라는 열매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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