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보고 싶은데 복잡한 극장에 가기도 귀찮았던 지난 주말 VOD를 통해 영화 ‘마션’을 시청했다. 주인공이 홀로 화성에 남겨져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로 현재로선 미래를 꿈꾸며 만든 SF영화다.
홀로 화성에 남겨져 생존을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 감자를 수확하는 장면에서 식물학자인 주인공은 ‘인간이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얻으면 그곳을 점령한 것이다.’ 라는 대사를 읊조린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인간이 만약 식물처럼 태양 에너지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광합성 능력을 가진 존재였다면 인류 문명사회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누구도 먹고 사는 문제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을테니까…,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과 동물을 통틀어 생존에 가장 기초적인 토대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인류 종말의 재앙에 대한 여러가지 경우를 상상해 볼 때 가장 현실적인 위협은 외계인 침공이나 혜성 충돌, 세계 3차대전이 아니라 식량부족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먹고 사는 문제가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요즘 TV 프로그램을 봐도 알 것 같다. 왜냐하면 TV를 틀면 각 방송마다 먹방, 쿡방이 대세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엔 오늘의 요리 정도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도였던 음식 관련 방송 아이템이 요즘엔 다양한 형식으로 자리잡고 각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방송국입장에서는 반응이 좋으니 계속 재생산 되는 것 일테니 시청자인 최근들어 왜 이렇게까지 먹방 , 쿡방에 열광하는 것인지 슬쩍 궁금해 진다. 과거처럼 끼니를 걱정하며 성장 한 세대도 아닌 젊은 세대들 조차도 먹는 것에 매혹되어 열광하는 데에는 어떤 사회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 즉 얼핏 생각해도 일인가정이 늘어나고 사회적인 욕망과 성취를 누리기가 현저하게 힘든 젊은 세대의 유일한 도피처가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동기나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우리의 이러한 먹방, 쿡방의 열기는 우리방송가를 넘어 K-푸드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음을 보여주는 것은 이 k-푸드에 우리의 젊은이들은 먹거리를 각자의 생각으로 변환시켜 ‘푸드테크’라는 것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젊은이들은 음식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에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푸드테크(Foodtech)란 신조어는 음식(food)이나 식품산업에 첨단정보 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기존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언뜻 새로운 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존재해 있던 것이기에 푸드테크(Foodtech)를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라고만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이 처음 시작됐을 때도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의 핵심 카테고리 가운데에는 반드시 음식이 있었다. 맛집에 대한 정보, 전국의 주요 맛집 리스트, 여기에 대한 평가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맛집 정보는 기존 유명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누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느냐에 귀결되곤 했지만 점차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내는 ‘놀이’로 발전해 갔다. 지금도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에서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가 특정지역의 맛집에 대한 정보요청 이지만 당시 식당에 별점을 부여하고 맛집을 발굴해가는 과정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보도 되지만 그 자체가 인터넷 사용자들간의 재미있는 유희이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을 시작으로 푸드테크(foodtech)는 오늘날 인터넷 맛집을 찾아주는 정보요청의 수준에서 아프리카TV에서 보여지는 먹방, 쿡방의 수준으로 당시의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뿐만 아니다. 젊은 세대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먹방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우리가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에는 셀카는 올려도 우리가 먹는 음식을 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한국인이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올리는 사진은 아마도 '지금 내가 먹는 요리'일 것이다. 푸드테크는 맛집 정보 등을 전해주는 앱이나 각종 마케팅활동 등 다양한 스타트업 활동이 점점 전문화 되고 있다는 면에서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기 보다는 장기적인 트렌드를 만들어 여러 연관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숱한 투자자들이 푸드테크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명 먹스타그램 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일상을 경쟁하듯 스스로 보여주고 과시하는 소셜네트워크 문화와 '핫플레이스'가 되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힙스터 문화가 결합해서 더욱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걸로 보인다. (http://www.huffingtonpost.kr/daymoon-/story_b_7637406.html 재인용 )
이렇듯 인터넷과 모바일의 대중화로 맛집과 음식정보는 개인화 되기 시작했고 결국 무선인터넷을 통해 맛집이나 음식추천서비스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연인과 함께 먹기 좋은 저녁식사메뉴, 직장동료들과 갈 만한 회식장소, 특정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을 파는 식당 등에 대한 추천서비스를 모바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푸드테크에 그치지 않고 개인화된 기기인 모바일 이라는 특성과 연계되어 새로운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신종사업이 배달앱이다.
O2O Biz의 오프라인 영역이기도 한 배달음식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현상인데 모바일 시대에 와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과 같은 배달관련 앱들은 처음엔 기존의 오프라인 음식점 찌라시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출발했다. 즉 동네 음식점의 마케팅 툴이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음식에 대한 접근 툴로 발전한 것이다. 배달이 음식을 공급받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면 음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모바일을 통해 본격화 되었다. 헬로네이처는 신선한 식재료를 싸게 현지에서 직접 공급받을 수 있는 채널을 준비중인데, 농수산 식품의 복잡한 유통구조에서 오는 가격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음식의 기본이 되는 식재료에 대한 루트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음식점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들도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며 발전하고 있는데, 각종 소셜커머스나 할인쿠폰으로 시작한 사업들 상당수는 음식점과의 제휴에서 출발한 경험이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이런 음식점과의 연계서비스는 단순한 할인쿠폰 방식이 아니라 예약, 평가, 고객대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되고 있다(kt경제경영연구소 15.6 재인용)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지금 우리의 식생활은 정보기술(IT)을 등에 업고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개념이 빠르게 확산 중인데, 배달 앱 서비스부터 맛집 추천 및 검색, 요리법 공유, 식당 예약 등 다양한 사업을 포괄한 푸드테크 업체는 빅데이터, 비콘(근거리 무선통신 장비)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더욱 정교하게 이용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인기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키친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푸드테크 창업 바람이 불어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육성기관이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도 요식업 관련 O2O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배달 앱 업계가 기업들의 집중 투자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회사를 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키친 인큐베이터'를 본떠 서울에 문을 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서울시와 CJ를 두 축으로 푸드테크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집중하는 공간이 될 전망인데, 서울시가 보유한 외식·식문화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 멘토링을 지원하고 CJ는 자체 식문화 사업노하우를 활용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일찍이 푸드테크 바람이 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식문화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농식품 관련 산업도 같이 주목 받고 있다. 식물성 원료로 달걀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햄프턴크리크 푸드라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등 내로라하는 부호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유명세를 탔다. 구글 역시 씨앗과 토양의 정보를 분석해 농업 생산성을 높여주는 업체인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1천500만 달러(약 175억원)를 투자하며 푸드테크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해외 상황에서도 국내의 푸드테크 바람을 주도한 분야는 역시 배달 앱 인데, 앞서도 말한 배달앱은 배달의 민족을 필두로 요기요, 배달통과 같은 업체들이 3사 독주 체제로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올해 3월 수산시장에서 회를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서비스 '배민수산'을 시작했다.
이어 5월에는 푸드테크 분야 스타트업인 덤앤더머스를 인수하며 빵, 반찬, 과일, 아침식단 등으로 배달 영역을 넓혔고, 배달이 불가능한 음식점의 음식을 대신 배달해주는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시작했다. 사업 운영을 위해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도 설립했다. 이밖에 자체 배차 시스템을 갖춘 배달전문 스타트업인 두바퀴콜을 인수하는 등 쉴 새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는 지난달 음식 전문 배달 서비스인 '푸드플라이' 운영사 플라이앤컴퍼니에 약 44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으며, 또한 메쉬코리아의 맛집 배달앱 '부탁해!', 놀부 등 식품 관련 업체들과 제휴하면서 배달 품목과 지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배달 앱 서비스 외에도 각종 푸드테크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 역시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맛집 추천 서비스인 '망고플레이트'는 설립 3년여만에 누적 다운로드 120만건, 월간활성사용자수(MAU) 30만명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벤처투자 전문 자회사 퀄컴 벤처스로부터 31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투자처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가운데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성장해가고 있는 업계에서는 맛집과 음식 정보가 더욱 개인화하고 고급화하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업종의 인기가 높
아지면 관련 산업에서 IT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음식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 재인용)
한편, 우리나라의 포장마차 혹은 노점음식이라 할 수 있는 푸드트럭의 인기가 해외에서는 뜨겁다. 심지어 미국에서 2010년 처음 방송된 '푸드트럭 레이스' 프로그램은 시즌5 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만든 음식의 매출로 순위를 결정하는 방송인데, 푸드트럭 창업열풍을 불러왔을 정도였고 미국에서는 실력을 겸비한 쉐프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창업에 나선 것도 푸드트럭 이미지를 제고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영업중인 대형 푸드트럭의 경우 주방설비와 냉장설비까지 완비돼 유명 레스토랑 못지 않은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사실 한국의 경우는 푸드트럭 하면 왠지 영세함이나 불법 이미지가 강했는데, 우리 역시도ICT를 활용한 젊은 창업자들이 늘면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실업률 증가를 반영하듯 푸드트럭 자영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동형 음식점 수는 2011년 184만43개에서 2013년 199만1476개로 8.2% 늘었다. 수적 증가뿐만 아니라 하나의 요식업 문화로 성장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로 무르익고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 일환으로 젊은이와 노년층 창업이 쉽게 되는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고, 음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요즘처럼 뜨거운 때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푸드트럭을 합법화 하고 영업 가능 장소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영세한 길거리 음식 정도로 인식되는 점이 한계다.(http://www.bizwatch.co.kr/Pages/view.ph
p? 재인용)
k푸드, 푸드테크, 푸드트럭 등 이 모든 이름들은 결국 음식과 직결된 네이밍이다.
‘푸드’ 라는 단어에 온통 둘러쳐져 있는 지금의 우리는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워킹맘, 직장인, 자취생 등 1인 세대가 많아지는 지금의 새로운 세대 즉 ‘모바일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부 방송들은 ‘모바일 세대’라고 칭하는 2030세대들은 백주부의 쿡방을 보다가 ‘쉬운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충동에서 요리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것은 워킹맘, 직장인, 자취생에게 맞춰진 방송이란 의미다. 그들의 하루하루가 먹고 사는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접근성이 쉽고, 재미있어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업계는 판단하기에 쿡방이나 먹방이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웹과 모바일은 많이 다루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영상 같은 다이내믹한 콘텐츠를 가지고 접근해야 반응이 좋다고들 한다. 움짤영상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먹고 사는 가장 원초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푸드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혹은 가벼운 테크놀로지의 수준보다는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줄과 같은 것이기에 좀 더 진지함이 있는 접근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쿡방, 먹방과 같이 인기에 편승해 잠시 나타나고 말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따라서 푸드산업이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신성장 비즈니스로서 많은 해결점들이 필요할 것이다. 즉. 이러한 해결점들이 인간의 먹고 사는 문제들을 더욱 긍정적으로 확산시켜 1차원적인 먹고 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산업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 ‘진지 드셨습니까?
과거 우리는 일상적으로 상대의 끼니를 챙겨 묻는 인사를 했다. 지금도 친한 사이는 물론이거니와, 직장동료 혹은 조금 안면이 있는 그러나 딱히 친한 관계가 아닌 사람에게도 언제 한번 밥 먹자는 인사를 수없이 한다. 먹는 것은 때로 그걸 먹는 사람들의 정체성과 연결되기도 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또 오래도록 이어져 온 전통적 역사성도 숨어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식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재의 배경적 환경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지금의 모바일 세대가 원하는 다이내믹하고 올바른 식문화의 푸드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할 수 있다면 2016년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의 한 해가 되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