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과 '의미'
유튜브를 보면,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 자주 올라오곤 한다.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아니면, 가난이 주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일까? 이유가 어찌 되었던, 사람들의 부자되기는 보기에 따라 다소 맹목적이다. 아니 그보다는 본질을 외면하는 듯 하다.
나는 돈보다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이 글에서 돈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돈' 과 '의미'에 대해 따로 떨어트려놓고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돈'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의미를 둘러싼 많은 논쟁 중, 의미가 고정된 것인지 가변적인 것인지에 대한 화두가 있다. 언뜻 보기에, 의미란 정의된 것이고, 그렇기에 약속된 규칙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부르기로 약속을 하였다면, 단어 '고양이'의 의미는 그것이 참조하고 지시하는 대상이 된다. 또한, 눈이 내리는 상황을 '눈이 내린다.' 라는 문장으로 묘사될 수 있으면, 이는 '눈이 내린다'는 의미는 눈이 내리는 상황을 묘사하는, 따라서 언어가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의미가 일대일로 딱 떨어지게 대응되는 경우는 잘 없다. 예를들어, '안녕하세요?' 같은 일상적인 인사말에서도 이 문장의 의미는 단순히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닐 수 도 있다. 친구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할 때와, 형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할 때, 혹은 낯선이에게 다가가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다르게 느껴진다. 즉, 의미가 단어의 본질적 정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는 맥락에서 그 의미가 결정되는 것이다.
사물의 의미 또한 다르다. '공' 이라는 사물이 있다고 치자, 그 '공'의 의미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맥락이 없이는 좀처럼 사물의 의미는 설명하기가 더 어렵다. 좋다, 그렇다면 '공'을 '축구'라는 맥락에다가 가져다 놓아보자, 그렇다면 '공'의 의미는 무엇이 되는가? '차는 대상' 인가? 아니다. '공'이 공격수에게 갖는 의미는 '득점의 수단'이며, 골키퍼와 수비수에게는 '막아야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만약 맥락을 더 한다면? 동네 축구가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 스타플레이어에게 '공'의 의미는 단순히 득점과 실점의 의미가 아닌, 관중과의 관계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나아가 국가간의 월드컵 경기에서 '공'의 의미는 국가간의 자존심 대결을 너머 정치적 의미까지 갖는 복잡한 대상이 된다. 이처럼, 단순히 '공'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어떤 맥락을 상정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의미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기도 하고, 그 것의 외연이 무한히 확장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돈'의 의미는? 아마도, 어떠한 슈퍼컴퓨터를 가져다 놓아도 그 의미를 정확히 분석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은 단순히 '물건의 가치를 추상화하여 모든것을 동일한 단위로 환산하여 교환이 가능하도록 만든 수단' 이라고 담백하게 정의내릴 수 있지만, '돈'을 어떤 상황적 맥락에 둘 것인지에 따라 그것의 의미는 무한한 변용이 가능하다. 또한, 단순히 '의미'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따지기 시작하면, 여간 골치가 아픈게 아니다. 나아가 '돈'을 개인 저마다의 욕망과 결합시킨다면, 도무지 '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다. 결론을 말하자면, '돈'의 의미는 딱 잘라 정의내릴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주, 이러한 상황에 처하곤 하는데, 이에 우리는 '정답' 혹은 '옳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단지, 우리는 무엇이 조금더 '지혜'로운 것인가로 사고를 전환시켜야 한다. 지혜는 지식과는 성격이 다른 범주다. 앎의 영역이 아니라, 행함의 영역이다. 어떤 의미가 옳다는 식의 사고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 할 것인가로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야한다.
'돈'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돈'이란 것은 사실 정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저 허영을 채울 사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세상을 움직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의미가 더 낫다는 없다. 다만, 어떻게 '돈'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어떻게 유용할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돈'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애초에 의미라는 것이 있을 수 가 없다.
누구나 부자는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왜?
누구나 많은 돈을 가지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왜?
만약, 부자가 되어야 한다면, 왜? 만약 많은 돈을 가져야 한다면, 왜?
그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
정답은 없다. 옳은 것은 없다.
다만, 돈은 일차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칠 수도 있지만,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와 "돈"을 연결시킨다면? 돈의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