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cash, No money

일주일 파리 여행 Day 2

by 김보

내 여행 스타일을 소개하자면, 미술을 전공했으나 미술관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한 달 내내 짜장면 정도면 만족하는 입이라 미식에 조예도 없다. 그런가 하면 쉽게 질리는 탓에 '한달 살기' 같은 것은 질색이다. 그래서 누군가 동행한다면 '뭐든 좋아'라고 쿨한 척 스타일을 얼버무릴 수 있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고장난 것 마냥 낮이고 밤이고 술이나 마시는 거다. 그런 스타일에 충실하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길을 나서서 술 마실 데나 찾았다. 파리는 작고 평평한 도시라 언덕이 몽마르뜨 단 한 개란다. 어쩔 도리 없이 언덕을 올랐다.


오르는 내내 특이한 호객꾼을 많이 만났다. 내 팔목을 가져다 자기가 만든 팔찌를 채우는가 하면, 크로키를 해주겠다며 대뜸 멈춰 세우고 연필을 직각으로 내 눈 앞에 댄다. 파리는 호객도 아트로 하는구나. 이미 내 낮은 코를 캔버스에 옮겨놓은 호객꾼에게 '노 머니, 노 캐시' 단호하게 말한다. 이럴 땐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게 낫다. 내가 문법에 따라 길게 서술했으면 영어 못 알아듣는 척 했을걸? 온갖 시험과 악에서 빠져나온 뒤 다다른 꼭대기에서는 다닥다닥 붙은 건물, 키스하는 연인들, 정교한 풍경화 같은 경치가 내 왼쪽부터 오른쪽 시야 끝까지 가득 메웠다. 아, 이미 앞서 한 달 간 유럽 여행을 지내온 뒤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더 이상 유명한 누구 씨가 만든 유럽풍 건물이나 탁 트인 시야 같은 건 감흥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지금은 평일 아침이니 저기 저 파리의 직장인도 어딘가 출근을 하고 있겠지. 그저 한 오 분 간 경치 속 미니어처처럼 박혀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좇다가, 약간의 우월감과, 약간의 권태로 인한 우울감에 입맛을 다시며 뒤를 돌았다. 어느 집이 맥주가 좀 더 싼가 만이 내 유일한 관심사일 뿐이었다.


22.03.24 몽마르뜨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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