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파리 여행 Day 3
내가 지린내에 적응된 건지, 그들이 군데군데만 지리는 건지 사흘 째부터는 다니는데 그닥 괴롭지 않았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은 파리의 에펠탑이나 건물들은 아주 부수적이라는 거다. 그러면 파리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이냐. 바로 나무와 강이다. 스페인하면 오렌지 나무, 이탈리아 하면 레몬 나무가 있는 것처럼, 이곳 파리에는 어디에나 포플러 나무가 있다. 고흐나 모네의 그림에서 자주 봤던 그것이다. 높다랗고 건강한 연두빛 이파리들이 파리 하늘의 우아한 색감을 채운다. 그런가 하면 지평으로는 어디에나 보이는 세느강이다. 밤이고 낮이고 반짝거린다. 차분한 물결 위엔 주홍빛 조명과 찬란한 건물이 나란히 흐른다. 그 다음으로는 사람, 내가 이 곳의 풍경화를 그린다면 에펠탑보다 사람을 먼저 채울 거다. 다양한 색깔의 옷과 얼굴색, 그만큼이나 다양한 손짓 몸짓이 이 도시의 활기를 더한다. 축복의 땅. 그러한 평화와 활기가 오랜 시간 유지되었다는 걸 증명하듯이 백 년 전, 천 년 전 살던 흔적들이 겹겹히 세워 올려져 있다. 그러면 파리가 완성된다. 자, 우디 앨런도 에단 호크도 납득할 사람 마다마다의 영화가 펼쳐지는 세트장이다.
사람 관계처럼, 어떤 여행지는 정이 든다. 애틋한 감정과 특별한 추억이 생긴다. 정이 붙어버리면 후일엔 겉잡을 수 없이 미화되어 힘든 순간에 그만 그리워지고 만다. 3년 전 친퀘테레가 그랬다. 나는 친퀘테레의 노을 사진을 회사 노트북 바탕화면에 걸어두고 회사 생활이 고될 때마다 바라보며 위로 받았다. 어느덧 이곳의 지독한 지린내가 무뎌지고, 나무가, 강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파리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독하게 미화되겠구나. 이 장면들을 그리워하겠구나 하고. 물론 너무 쉽게 정을 주지 않도록 주의할 것. 질척이는 건 멋없다. 여행도 사람도.
22.03.25 센느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