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파리 여행 Day 4
파리의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에펠탑을 바라보는 일이다. 한때 인류 역사상 가장 높았던 위용에 가뜩이나 평평한 파리 땅에서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당대에는 감정 없는 철골 덩어리라고 흉물 취급을 받았지만, 현대에는 빼곡한 조각과 조형들 사이 우뚝 차가운 표정이 오히려 조화롭다. 세계여행의 심볼이 된 것은 그런 완벽한 가시성이 한 몫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매일 바라보는 것이 꼭 아름다워서만은 아니다. 낮에는 허공 어딘가에 꼭지점을 잡고, 밤에는 환하게 빛을 내는 에펠탑은 꼭 파리의 등대 같다. 내가 저기 저 에펠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로 중심지를 가늠한다. 파리의 밤이 아주 칠흑 같지 않은 까닭이다. 꼭 대문자 A를 닮아 알파벳 같은 다양한 건물 속 기준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매일 그 자리에서 깜빡깜빡 수많은 사람들과 아이컨택을 하고, 눈이 마주친 이들은 어김없이 한참을 멈춰서 에펠탑에 반한다.
늘 매력(力)이라는 힘을 만드는 원동력은 꾸준함에 있다. 오로지 반복 운동으로 근육이 붙는다. 반복 뎃생으로 묘사력이 자란다. 그 자리 꾸준히 반짝이는 에펠탑처럼. 그러나 그게 참 어렵다. 매력이 되지 못한 내 피아노는, 그림은, 글쓰기는 어딘가 쯤에서 반복을 그만두고 꺼져버린 탓이다. 깜빡깜빡 운동하는 에펠탑을 가까이 두고 바라보며 꾸준히 나아가버린 주변의 매력적인 이들을 떠올렸다. 나는 꺼뜨린 지난 게으름들에 대해, 기준 없이 살아간 지난 매일에 대해 반성하는 중이다.
에펠탑은 결국 그 꾸준함으로 파리 시민들의 가장 사랑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미운 정이 고운 정 된다고, 반복이라는 게 결국은 어떤 자국을 새기는 일 아닌가. 역시 정이란 게 무섭다.
22.03.26 에펠 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