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Tu Vois Ma Mere

일주일 파리 여행 Day 5

by 김보

오케이 인정한다 이거다. 파리는 세계 어느 나라라도 질투할 풍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식문화는 진짜 모르겠다. 아까도 에펠탑 뒤편에서 이만 원 짜리 맥도날드 햄버거를 씹었다. 도통 프랑스 음식이 입에 안 맞다. 푸아그라는 물론이며 달팽이도 작은 거 아홉개, 큰 거 여섯개 벌써 두 번이나 시도했으나 혀에서 구르다 결국 채 접시를 비우지 못했다. 나는 여태껏 어느 해외여행에서도 음식으로 갈등한 적이 없다. 허나 파리만은 5일 째가 된 오늘에도 '무슨 음식이 만만할지' 극심한 내적 갈등을 빚다가 결국 내쫓기듯 맥도날드행이다. 가격은 좀 비싼가. 맥도날드라 이 정도지, 일반 식당에서 보통 맥주 한 잔에 8유로, 만이천원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느릿느릿한 서빙과 회전율이 더해지면 대환장 식사 파티 대완성이다. 여기 빨리빨리 한국인은 속이 터진다.


이 집도 글렀다. 맥주 한 잔 더 시키고자 웨이터에게 손을 흔든지 십 분 째다. 든 팔이 저릿해서 포기하고 그냥 얼음이나 깨물어 갈증을 해소하기로 한다. 주위를 둘러본다. 안달은 나 혼자 났다. 그냥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식사를 하고 있는 거다. 저기 앉은 커플은 한참 전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 빈 접시 빈 잔이었다. 어제 만난 Y가 말했다. "여기 원래 이래요. 식사가 그냥 밥 먹는 시간 이런게 아니에요. 여기 식사에 중요한 건 먹는 것보다 대화에 얼마나 전념하느냐래요." 그는 한 달 간 이곳에 살며 이제 익숙하다는 듯 느릿하게 말했다. 찾아보니 실제 프랑스인은 저녁을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을 먹으며, 어떤 식당도 오래 앉아 있다는 이유로 쫓아내지 않는다고 한다. 하기사 먹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겨우 혀의 감각과 이에 닿는 느낌에 한정되는게 아닐텐데. 분명 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웃고 떠들며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살려고 먹는다며 시합하듯 코 박고 십 분 내 배식을 해치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쪽이 더 사람스러운가. 문득 식기에 비친 내 모습이 처량했다. 나도 모르게 식사시간을 일의 효율에다 연관 짓고 있는 내가 서글퍼졌다. 이 문화를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여유로움에 더 가깝다고 본다. 파리는 여유롭다. 느긋한 식사시간, 느리게 흐르는 세느 강, 잔디 가득 엎어진 책 읽는 사람들... 그러고 보면 파리를 묘사한 음악도 빠른 템포가 없다. 하품하듯 늘어지는 색소폰 소리, 햇살 같은 드럼 브러쉬 같은 것들. 여기는 그렇게 느린 템포로 우아하게 사나보다.


여기 계속 앉아 있음 웨이터가 언젠가는 오겠지 뭐. 마땅히 자신의 바쁜 일정이 없다는 걸 깨달은 여행자는 비로소 옆자리 현지인들과 표정이 조금 비슷해진다. 표정들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집어 <Midnight in Paris>의 OST 'Si Tu Vois ma mere'를 틀었다. 제목 뜻이 '니가 우리 엄마를 본다면'이란다. 우리 엄마도 성격 급한데... 색소폰 소리가 한참을 속없이 늘어진다.

22.03.27 어떤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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