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꺼졌다

스물일곱, 9월에 씀

by 김보

에어컨을 껐다. 더위가 꺼졌다.
20일간의 무더웠던 제주도 여행, 새까맣게 타서야 돌아온 서울은 약간 낯선 공기였다.
떠나기 전 서울은 내게 분명 참으로 뜨거운 여름이었다 인턴 프로젝트, 현장 답사, 평가의 연속,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내가 가진 힘을 다 쏟아붓고 싶었다. 그래서 더웠다. 110년만의 폭염보다 최선을 다했던 치열함에 그렇게도 뜨거웠다.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분다. 더위는, 마치 전원 내리듯 꺼졌다. 시간은 늘 봐, 아무것도 아니었지?라며 너스레를 떤다. 꼭 그런 적 없다는 듯 낯선 선선한 공기가 얄밉다. 분명 죽을 것 같던 지긋지긋한 무더움도, 찬 겨울엔 또 그리움이, 추억이 될 터이다. 이 여름도, 나의 치열했던 7월도.


신치림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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