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지금이 한번 더 주어진 생이라면

어쩌면 비겁한 나에게

by 김이불

영화 소울을 드디어 봤다. 타이밍을 보다가 영화관 상영을 놓쳐버렸는데 IPTV로 나왔길래 단숨에 결제했다. 늘 넷플릭스로 영화를 소비하다가 한편을 결제해서 보려니 영 어색했지만 늘 그렇듯 꼭 소비하고 싶은 것에는 기꺼이 지갑을 열고 마는 것.


영화는 픽사 디즈니 다뤘다. 예상과 달리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지만, 교훈도 있고 감동도 있고 무엇보다 어른들의 애니메이션 느낌이 좋았다.


영화를 보고 상당수가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지금 다시 주어 받은 생으로 사는 것이라면? 그럼 나는 어떻게 할까? 주어 받은 생을 정말 귀히 여기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갈까?


난 잘 모르겠다. 인생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될지.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할까 아니면 성취하고 매진하는 마음보다는 그냥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 살려고 할까. 좀 더 고민하다 보면 나는 그냥 되는대로 살 것 같다.


물론 지금 의지가 없는 것도,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걸 모두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기꺼이 다음 생으로 미루기도 한다. 다음 생이 있다고 믿지도 않으면서.


그런데 쓰다 보니 나에게 굉장히 비겁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는데 그 이후론 후회를 덜 하는 방향의 선택만 하면서 살아왔다. 당장 생이 끝나더라도 미련이 덜 남는 쪽을 선택하면서. 어느 쪽이든 후회가 없는 선택은 없을 텐데. 선택에 대해 장점을 따지기보다는 그 선택에 있어 내가 후회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달려온 것이다.


일종의 방어기제 일지 모르겠다. 정말 큰 후회를 한 적이 있고 그 경험은 굉장히 아프다고 느끼니까. 앞으로는 그런 경험을 겪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보수적이 되어버렸나. 그렇담 생의 마지막이라고 느낄 때 나는 이런 선택만 해온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기꺼이 도전하고 기꺼이 상처 받고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지금이 한번 더 주어진 생이라면, 그래도 큰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최대한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서. 너무 열심히 살지 않도록 노력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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